지구의 바다 밑바닥에 최소 1400만t 가량의 미세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바다 표면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30배가 넘는 양으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호주 정부 과학기관인 CSIRO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SIRO는 최근 호주 남부 해안에서 약 300㎞ 떨어진 6곳에서 해저의 해양 퇴적물 표본 51개를 채취, 조사한 결과 1g당 평균 1.26개의 플라스틱 조각을 발견했다. 3㎞ 깊이의 해저에서 수집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면적이 5㎜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으로 관찰됐다. 미세플라스틱은 대부분 플라스틱 폐기물이 잘게 부서지면서 생긴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플라스틱이 언제부터 쌓여있었는지는 알기 어려웠으나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소비재의 일부였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1400만t이라는 수치가 상당히 크게 느껴지지만, 매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사실상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지난 2016년 한 해동안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약 1900만~2300만t 규모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해저에 쌓여있던 미세플라스틱은 바다가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남은 조각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 해저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의 무게가 해수면을 떠다닐 때의 무게보다 34배~57배 무거워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5년간 플라스틱 오염을 연구해 온 서호주대 해양연구소의 해양 생물학자 줄리아 라이서 박사는 “해양 과학계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면서 “CSIRO가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그런 학계의 노력에 크게 기여하며, 이같은 데이터는 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플라스틱의 해양 폐기를 막는 것은 국제사회의 커다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70여개국의 지도자들은 205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의 해양 유입을 막는 노력을 포함해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지난달 서명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CSIRO의 데니스 하디스티 박사는 “이처럼 멀고 깊은 곳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은 세계 어느 바다에나 플라스틱 폐기물이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면서 “이 결과는 우리를 잠시 멈춰 생각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소비 습관은 지구상의 가장 깨끗한 장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거대하고 푸른 바다가 거대한 쓰레기통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