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등학교까지 3.5㎞…임대주택 설움 사실이었다

입력 2020-10-06 15:36 수정 2020-10-06 16:03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일부 공공임대주택이 입주민이 다니는 초등학교와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임대주택 설계를 할 때 초등학교 통학 거리는 1.5㎞ 이내로 하게 돼 있지만, 도시 외곽이라는 이유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임대주택에 사는 학생들로서는 원거리 통학도 서러운데 ‘임대주택 주민’이라는 낙인찍기 우려까지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6일 LH가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에게 제출한 ‘공공임대주택 단지별 초등학교 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입주한 대구 동구 신서혁신 LH 6단지(국민임대주택)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직선거리로 1.9㎞ 떨어진 송정초등학교나 3.5㎞ 떨어진 숙천초등학교로 배정받는다. 올해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성남의 판교 제2테크노밸리 A18L(행복주택)에 사는 초등학생 역시 최소 1.7㎞ 이상 떨어진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다. 이곳에 사는 학생이 배정받을 수 있는 학교는 총 5곳이지만, 운이 나쁘면 3.3㎞ 떨어진 성남 여수초등학교까지 다녀야 한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있는 한 공공임대주택은 심지어 5.7㎞ 떨어진 학교로 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례가 나오는 것은 정부의 느슨한 시행규칙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시행규칙에는 도시를 설계할 때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통학 거리를 1.5㎞ 이내로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도시가 아닌 경우에는 교육청 협의를 거쳐 통학 거리 규정을 확대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지을 때 학교 배정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역 교육청의 의견을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초등학생 사이에서 ‘공린이(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어린이를 비하하는 말)’ ‘엘거(LH 임대주택에 사는 거주민을 비하하는 말)’ 등 주거 비하 발언이 유행해 논란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LH와 지역 교육청이 원거리 통학 문제를 방치해서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 의원은 “LH가 입주민이 겪어야 할 원거리 통학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