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권 떠넘기기 아니다” 재정준칙 논란 홍남기 진땀 해명

입력 2020-10-06 15:31

정부가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발표하자 ‘다음 정권에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즉각 ‘오해’라며 반박에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2025년 채무 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과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이미 재정준칙의 한도를 초과한 상황이라 2025년 이전까지 이를 줄여나갈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홍 부총리는 6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재정준칙 발표 관련한 추가 설명을 했다. 그는 “정부가 꼼수를 부렸다는 오해가 있지만, 7~9월 3개월 간 치열히 고민했고 면밀하게 검토해 재정준칙을 마련해다”며 “입법이 완료되기 위해선 국회 합의가 필요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내용을 잘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국가채무 비율을 GDP 대비 6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도를 설정하는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현재 국가채무 비율은 43.9%다. 2024년에는 6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치솟는 나랏빚에 제동을 건 셈이다. 하지만 채무 한도를 설정하는 시기가 2025년이라 다음 정권부터 적용되고, 예외 사유도 많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정부는 전쟁, 대규모 재해,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예외 조항으로 두고 60% 한도를 적용치 않기로 했다. 여기에다 통합재정수지의 경우 ‘경기 둔화’ 시 비율 한도를 -3%에서 -4%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정권 차원에서 임의로 예외 조항을 인용할 수 있어 ‘무늬만 재정준칙’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2025년에야 채무 한도를 시행을 하는 이유로 대응 시간이 필요성을 들었다. 그는 “현재 국가채무비율은 43%이지만 통합재정수지는 -4%로 재정 준칙의 한도를 이미 초과한 상태다”라며 ““국가채무비율도 누적되면서 지금 상태만으로도 2024년에 이미 60% 가까이 가기 때문에 2025년 전까지 이를 줄여 나가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도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들도 위기시 재정준칙을 도입하면서 4~5년의 유예기간을 뒀다”며 “독일은 중앙정부 5년, 지방정부 9년의 유예기간을 둬 합리성을 갖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이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해 사실상 구속력이 없는 ‘맹탕’이라는 비판에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정부가 한도를 5년마다 바꿀 수 있어 입맛따라 고무줄처럼 재정준칙을 변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정부가 시행령을 고치려면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고, 국회 등과의 협의도 있어야 해 쉽지 않다”며 “대다수 국민 의견이 시행령보다 법이 타당할 것 같다고하면 (법으로 제정하는 것도)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 정권 입맛따라 예외 사유를 결정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향후에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처럼 국가적으로 심각한 위기가 왔을 때 재정 준칙에 얽매여 정부가 제역할을 못한다면 국민에게 옳은일인가 고민해 예외 조항을 마련했다”면서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 협의를 통해 엄격한 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