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이동재 편지에 공포감 느껴…한동훈 이름 충격”

입력 2020-10-06 14:10 수정 2020-10-06 14:25
사진=뉴시스/연합뉴스

자신을 ‘검·언 유착’ 의혹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6일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의 편지를 보고 공포감을 느꼈다고 법정 진술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기자와 백모(30) 채널A 기자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앞서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5차례 편지를 보내 가족에 대한 수사 가능성 등을 들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정치권 인사들의 비리를 털어놓도록 협박했다고 보고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증언대에서 처음 이 전 기자의 편지를 받았을 때 “너무 황당해서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냥 무시했다. 모든 것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두 번째 편지를 받은 뒤로 “검찰이 목적을 갖고 수사를 하면 무죄여도 소명하기 어렵다는 걸 안다”며 “또다시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편지 내용 중 유 이사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신라젠 주식을 얼마나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 남부지검의 수사 상황 등이 언급된 것을 보고 심각성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그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검사가 관련된 게 확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 번째 편지를 두고 “내용 전체 맥락과 내용이 검찰의 수사 방향과 의지라고 생각돼 전체적으로 공포감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대표님 혼자 짐을 지는건 가혹하다. 가족들도 벌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네 번째 편지에 대해서는 “이 편지가 가장 공포로 다가왔다”며 “내가 어떻게 이용당할지를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어 공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허언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인식을 받았다”면서 “편지를 보낸 게 채널A 현직 기자가 맞고, 검찰과 관련이 있다고 보니까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대표는 변호사로부터 현직 고위 간부 검사장이 관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위 인사가 한동훈 검사장이라는 이름이 맞다고 해 놀랐다. 한 검사장 이름이 충격적이라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변호사와 대화하던 중 어떤 맥락에서 한 검사장이 언급됐는지, 한 검사장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검찰이 ‘변호사로부터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의 대화 내용이라는 녹취록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이 전 대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또 한 검사장이 연관됐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묻는 검사의 질문에도 “고위 인사가 한동훈이라는 이름이 맞다고 해서 놀랐다”고만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내 진술을 받아서 그 진술로 유력 정치인을 소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선에 영향을 준다고 저는 직관적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아울러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변호사와 상의했는데 MBC가 관심있어 한다고 해서 제보하게 된 경위로 보인다”고 당시 제보하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증인으로 예정된 ‘제보자X’ 지모(55)씨는 연락이 닿지 않아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