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한 지 3일 만에 병원을 나와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마스크를 벗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보여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국민들에게 바이러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퍼트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오후(현지시간)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헬리콥터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그는 건물 발코니에 도착하자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두 주먹을 쥐어 보이거나 거수경례를 하는 등 30초 넘게 서 있다가 곧장 백악관 블루룸으로 향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코로나19 감염 상태인데도 백악관으로 복귀해 마스크를 벗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주치의 숀 콘리 등 의료팀은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퇴원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다”면서도 “앞으로 열흘 이상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고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숀 콘리는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 전 올린 트윗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원 몇 시간 전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도록 하지 말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대통령은 최고 수준의 의료 처치를 받을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21만명이 숨지고 750만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하는 듯한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피츠버그대 의학센터의 데이비드 네이스 박사는 “코로나19는 미 국민에게 완전한 위협”이라며 “국민 대부분은 대통령만큼 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노스웨스턴대 의대의 사디야 칸 박사도 “그건 비양심적 메시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코로나19 확산을 촉진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AP통신도 “(그) 메시지는 감염병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고, 대통령이 바이러스에 대한 무신경한 태도를 재고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을 발판으로 막판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군병원을 떠나기 전 “조만간 선거 캠페인에 돌아올 것”이라며 “가짜 뉴스는 오직 가짜 여론조사만을 보여준다”는 트윗을 올렸다.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열세로 나타난 것을 두고 가짜 뉴스라고 비난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마이애미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에서도 선거운동 메시지를 트윗하느라 바쁘다며 “나는 그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하겠다. 과학자들의 말을 들어라. 마스크를 지원하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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