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놀이 하자” 초등생 성착취범, 서울시 특공대에 덜미

입력 2020-10-06 11:15
국민일보.

초등생들에게 “노예놀이를 하자”거나 “엄마 잔소리 듣기 싫겠다”는 식으로 다가가 성착취 사진·영상을 가로챈 남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전 고소장 작성부터 사건 진술, 심리치료까지 서울시 ‘찾아가는 지지동반자’들이 어린 피해자들을 대신해 맹활약했다.

서울시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조직 ‘찾아가는 지지동반자’가 경찰과 협조해 성착취범 3명을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피해자들은 모두 10대 아동‧청소년들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비대면 수업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11살 13살 초등생들과, 19살 배우지망생이 표적이 됐다.

가해자들은 10대~20대 남학생들이었다. 모두 게임과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SNS 등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초등생을 노린 2명은 처음에는 정서적 지지를 해주다 점차 사진이나 영상물을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 방식을 보였다. 서울시는 “‘n번방 사건’이 주로 아르바이트 사례금을 주며 성 착취물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엔 온라인 접속시간이 많은 아동, 청소년을 상대로 ‘온라인 그루밍’하는 범죄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모(11)양은 게임에서 가해자를 만났다. 가해자는 “게임을 잘한다”며 접근해 이양을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유인했다. 가해자는 일주일에 몇 번씩 연락해 “인강 수업 듣기 힘들겠다” “엄마 잔소리 듣기 싫겠다”며 이양과 친해졌다. 3개월 뒤 가해자는 이양의 얼굴 사진을, 이후 음란 사진을 요구했다. 요구하는 사진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양은 사진 전송을 거부했지만, 가해자는 “이전 사진을 학교 게시판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원하는 사진을 받아냈다.

이양의 어머니가 딸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음란 사진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찾아가는 지지동반자들이 나서 고소장 작성, 사건 진술을 도왔다. 검거된 가해자는 이양 또래인 10대 중학생이었다.
아동 디지털 성착취 대화예시. 서울시 제공

박모(13)양은 오픈채팅방에서 가해자를 만났다. 가해자는 서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노예놀이’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수위가 낮은 사진을, 점점 수위 높은 사진을 요구했다. 전송을 거부하면 이전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박양 어머니가 핸드폰에서 채팅내용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찾아가는 지지동반자들이 고소장 제출을 도왔다.

강모(19·여)씨는 SNS에서 가해자를 만났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글을 올리자 가해자들이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며 접근했다. 가짜 명함과 회사소개를 보내며 신뢰를 얻었다. 노출이 심한 프로필 사진을 받아내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뒤 강씨를 성폭행했다.

강씨는 찾아가는 지지동반자에 고민을 털어놨다. 지지동반자는 증거를 수집하고 고소장을 작성해 경찰에 제출했다. 붙잡힌 가해자는 20대 해외 유학생이었다. 그에게 당한 피해자는 20명이나 더 있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