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에 편지 보낸 아들… 北피살 공무원 형 “가슴 미어져”

입력 2020-10-06 09:28 수정 2020-10-06 10:14
침통한 표정의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친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월북’이라는 정부 발표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부친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편지를 쓴 데 대해 A씨의 형이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A씨의 형 이래진씨는 5일 SNS에 “조카의 친필 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을 읽다가 (가슴이) 미어지는 줄 알았다”는 글을 남겼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밝힌 아들 B군은 이날 공개된 자필 편지에서 “아버지가 누구보다 가정적이었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높았다”며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들로 가족이 고통받는 현 상황을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또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는 저희 아빠가, 180㎝ 키에 68㎏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적었다.

B군은 “출동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집에는 한 달에 두 번밖에 못 오셨지만 늦게 생긴 동생을 너무나 예뻐하셨고 저희에게는 누구보다 가정적인 아빠였다”고 회상했다.

북한 피격 공무원 아들 자필 편지 공개. 연합뉴스

정부가 A씨가 월북했다고 판단하며 내놓은 설명 중 하나인 ‘A씨의 신상정보를 북한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선 “총을 들고 있는 북한군이 인적사항을 묻는데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B군은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라며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씨 등 A씨 유족은 이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데 이어 6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찾는다.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에 북한 정권에 의해 피살된 한국 공무원 사건에 대한 유엔의 진상조사 촉구 서한을 전달할 방침이다.

또 A씨 유족 측은 같은 날 오후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가 보유한 A씨 피격 당시의 감청 녹음 파일과 녹화 파일의 공개를 신청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