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 상대할 ‘악의 제국’ 양키스…이번엔 어떨까

입력 2020-10-06 06:00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이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앞둔 5일(현지시간) 경기 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팻코파크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한국시간으로 6일부터 시작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양키스 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는 유독 국내 팬들의 관심이 몰리는 시리즈다. 유일하게 MLB 포스트시즌에 남은 ‘코리안 메이저리거’ 최지만도 그렇지만 상대가 MLB 최고의 명문인 양키스라서이기도 하다.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에 속한 두 팀은 나란히 이번 정규시즌 지구 1·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일 벤치클리어링을 벌였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지만 맞수라 부르기엔 구단의 그간 업적 등에서 양키스가 비교 불가할 정도로 앞선다.

양키스는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다수다. 올 정규시즌 유독 부실해진 선발진을 비롯해 부상으로 힘을 쓰지 못했던 타선까지 모두 기대 이하였다. 그러나 부상자가 돌아온 뒤 앞선 경기에서 다시 불을 뿜기 시작한 타선, 명문 팀의 저력을 고려하면 탬파베이에 쉽지 않은 상대인 것은 여전하다.

부실해진 양키스…그래도 아직은?

뉴욕 양키스 선발 게릿 콜이 지난달 29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양키스는 올 시즌 부진했다. 단순히 예년만큼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칫하면 가을야구행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 올 시즌 성적은 5할 승률을 가까스로 넘긴 33승 27패로 탬파베이에 이은 지구 2위였다. 이마저도 잠깐 좋았던 시즌 초반과 막판인 지난달 몰아친 10연승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전 25시즌 동안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건 2번밖에 없었다.

양키스는 연승 행진을 하기 직전인 8월 18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의 성적이 5승 15패에 이를 정도로 부진했다. 10연승 뒤에도 2승 6패를 거두는 데 그치면서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경기를 했다. 아무리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뒤라지만 안정적인 전력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양키스는 과거 명성 높았던 ‘악의 제국(Evil Empire)’다운 모습을 다소 회복했다. 에이스 게릿 콜이 선발 등판한 1차전에서 3대 12로 대승을 거뒀고 다나카 마사히로가 등판한 2차전에서는 9점을 얻어맞은 끝에 9회에 간신히 1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부활한 타선의 위력이 유독 돋보인 2경기였다.

양키스의 투타, ‘빈익빈 부익부’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가 지난달 29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와일드카드시리즈 1차전에서 1회 투런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양키스 투타 최고의 스타는 선발 콜과 프랜차이즈 슬러거 애런 저지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영입된 콜은 이번 시즌 7승을 거두며 기대한 만큼의 활약을 보였지만 저지는 부상으로 오랫동안 신음했다. 저지가 지난 8월 부상으로 누워있던 기간은 양키스가 침체에 빠졌던 기간과 일치한다. 돌아온 저지가 이번 시리즈에서 얼마만큼의 활약을 해줄지가 팬들의 주요 관심사다.

저지 외에도 정규시즌 동안 또다른 슬러거 1루수 루크 보이트가 22홈런으로 MLB 홈런왕을 차지했고, 또 DJ 르메이휴가 MLB 타율 1위를 차지하며 활약했다. 다만 르메이휴를 제외하면 양키스 선수단에서 올 시즌 20경기 이상 출전 선수 중 3할 이상 타율 타자는 없었다. 그래도 부상자들이 돌아온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사이영상 후보이자 인디언스의 에이스 우완 셰인 비버를 상대로 타선이 폭발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투수진은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하다. 올 시즌 콜을 제외하면 4승 이상을 거둔 이가 없다. 지난 시즌 팀 내 최다승 선발이었던 도밍고 헤르만은 가정폭력 사건으로 이번 시즌을 통째로 날린 뒤 포스트시즌에도 출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팀 내 다승 2위였던 제임스 팩스턴도 지난달 4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그나마 가용 자원인 마사히로와 J.A. 햅은 기복 심한 투구를 했다. 강점이었던 불펜진도 인디언스와의 시리즈에서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승부 걸어볼 만한 1차전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 출전할 템파베이 레이스의 좌완 블레이크 스넬. AFP연합뉴스

탬파베이로서는 오히려 상대 에이스 콜이 등판하는 1차전에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콜을 상대로 통산 OPS 2.400에 타율 0.677을 기록 중인 최지만 때문뿐만이 아니다. 탬파베이 타자진 전체의 콜 상대 통산 OPS가 0.800, 타율이 0.264에 이른다. 이번 정규시즌 콜이 맞은 홈런 14개 중 5개가 탬파베이와의 3경기에서 나왔다. 이 중 2개가 최지만이 받아넘긴 공이였다. 다만 콜이 지난 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있을 당시 포스트시즌에서 탬파베이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 2경기 모두 좋은 투구를 펼치며 승리를 따낸 기억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양키스의 간판타자 저지가 1차전 마운드에 오를 탬파베이 좌완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에 유독 약했다는 점 역시 승부를 걸어볼 요소다. 여태 총 16번의 맞대결에서 저지가 스넬을 상대로 안타를 쳐낸 건 단 한 번뿐이었다. 삼진도 10차례나 당했다. 이 중 7개는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마지막 커브볼로 결정지은 승부였다. 다만 또다른 장타자인 포수 게리 산체스가 스넬을 상대로 20차례 타석에서 홈런 5개를 포함 6개의 안타를 쳐냈다는 건 조심할 부분이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앞서 치른 인디언스와의 시리즈가 3차전까지 이어진다면 햅을 선발로 내세울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때문에 탬파베이와의 시리즈에서도 햅이 3차전 정도에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5전 3선승제로 진행되는 시리즈의 특성상 3차전이 전체 시리즈의 승패를 판가름할 수 있기에 주의할 지점이다. 햅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뛰던 2008년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이 있을 뿐더러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미 14경기나 뛰어본 적이 있다. 2차전에서는 올 시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다나카나 데이비 가르시아가 등판할 게 유력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