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 3명 공동 수상… 혈액 매개 간염 퇴치 공로

입력 2020-10-05 20:57 수정 2020-10-05 21:15
노벨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스크린에는 공동 수상자 3명의 사진이 보인다. 왼쪽부터 하비 올터, 마이클 호턴, 찰스 라이스.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예는 혈액으로 전파되는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하고 진단법, 치료제 개발에 기여한 미국과 영국 의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간경변과 간암의 주요 원인인 혈액 매개 간염 퇴치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학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하비 J. 올터(85) 미국 국립보건원(NIH) 부교수와 마이클 호턴(70) 캐나다 알버타대 교수, 찰스 M. 라이스(68) 미국 록펠러대 교수 등 3명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지구촌 주요 보건 이슈인 혈액 감염에 의한 간염과 맞서 싸우는데 시발점이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간의 염증을 말하는 간염은 알코올이나 환경 독성, 자가면역질환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1940년대에 A, B형의 두 가지 바이러스 감염도 관련돼 있음이 밝혀졌다. 오염된 음식과 물을 통해 옮는 A형 간염은 일반적으로 만성 염증은 일으키지 않는다. 혈액, 체액을 통해 전파되는 B형 간염은 간병변과 간암을 동반하고 만성화되기 때문에 심각한 위협이 됐다. 바루흐 블룸버그 박사는 1960년대 이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규명했고 진단검사법과 B형간염 백신 개발을 이끌었다. 블룸버그는 이 공로로 197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탔다.

하지만 상당수 혈액 매개 간염이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고 하비 올터 교수는 1970년대 중반 수혈과 관련된 바이러스 질환이 또 있다는 사실을 처음 보고했다. 영국 출신인 호턴 교수는 1989년 그것이 C형 간염 바이러스임을 처음 규명했고, 찰스 라이스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내부 단백질 구조를 밝혀냈다.

대한간학회 홍보이사인 심재준 경희의료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들의 연구로 역사상 처음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질환을 완치할 수 있게 됐고 완전 퇴치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수십종의 치료제가 개발됐고 2015년 이후 완치 가능한 경구(먹는)치료제가 상용화돼 있다. 다만 아직 백신은 개발돼 있지 않다. 최종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 간병변증 환자의 10%, 간암의 20% 정도가 C형 간염 바이러스 때문으로 보고돼 있다. 95% 이상이 치료 가능하다”고 말했다.

6일엔 물리학상,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잇따라 발표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노벨상 시상식은 올해 열리지 않고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상을 받는 장면이 TV로 중계된다. 시상식이 취소된 것은 2차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 이래 처음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