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편의점이지만 점주들은 “점포당 매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편의점 점주들은 점포당 매출이 줄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과밀 출점’을 꼽으며 지방자지단체와 가맹본부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제출받은 ‘2019 프랜차이즈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간 평균 직선거리는 224.9m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지역 평균 거리는 104.6m로 전국에서 가장 짧았다. 평균 거리가 가장 짧았던 중구의 경우 75.8m로 서울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지난해 대한상의가 가맹점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점주 38%가 개업 이후 상권 악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상권 악화 사례(복수응답)로는 편의점 간 경쟁 심화로 인한 경영 악화가 66%로 가장 많았다.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편의점은 총 4만3632곳으로 집계됐다. CU, GS25, 세븐일레븐 3사만 집계해도 지난 8월 기준 3만9162개로 이마트24, 미니스톱 등도 포함하면 올해 영업 중인 편의점도 4만개가 훌쩍 넘는다.
이처럼 편의점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점포당 매출액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8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오프라인 업체 중 편의점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3% 증가했지만 점포당 매출액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두 번을 제외하곤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점주들이 “편의점이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비치고 있지만 대부분의 통계는 가맹본부 기준의 매출이고 가맹점포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고 반박해온 것이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꾸준히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 100m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가맹본부는 자율규약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편의점 가맹점주 단체 3개는 지난 8월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편의점 7개가 출점하는 과정에서 이마트24가 자율규약상 기준인 출점 거리 50m를 지키지 않았다며 과밀 출점 지양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8일에는 각 지자체에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 100m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편의점 6개사(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씨스페이스)는 2018년 12월 경쟁사 간 출점 거리를 지역별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와 같은 50~100m로 제한하는 자율규약을 마련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받아 시행 중이다. 출점 거리는 ‘도보 기준’으로 측정해 일반적인 직선거리와는 차이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국 편의점 간 직선거리가 평균 200m가 넘고 서울에서도 100m가 넘는 건 말 그대로 평균치이기 때문”이라며 “편의점이 몰리는 상업지역은 지정 거리 기준이 50m인 곳이 많아 완전 포화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지정 거리가 최소 100m는 돼야 한다는 것이고, 가맹본부도 현장에서 자율규약을 잘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의점 본사 측은 “자율규약 기준을 매우 신경 쓰며 출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에서 자율규약 준수 여부를 눈여겨보고 있기 때문에 가맹본부 차원에서 무리하게 출점을 밀어붙일 수는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가맹본부 한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도 자율규약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입지에 대한 출점은 단호하게 판단해왔다”며 “점주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더욱 신경 쓰겠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간 거리를 재는 방법이 현실적이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도보 기준으로 거리를 재기 때문에 사유지 여부에 따라 직각, 대각선 등 측정하는 방법이 달라진다”며 “사람이 걷는 걸 기준으로 하면서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갈 수 있는 거리를 사유지라서 직각으로 재 거리가 길어지면 단 몇 ㎝ 차이로도 편의점이 출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이지 못한 기준 탓에 가벽을 세우거나 입구를 바꾸는 등 꼼수를 동원해 거리를 늘리는 게 가능하다보니 과밀 출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난 4월 경기도가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를 기존 50m에서 100m로 확대할 것을 권고했지만 지금까지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는 것도 지적했다. 홍 정책국장은 “각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으면 결국 흐지부지될 것”이라며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 확대에 속도를 내 추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