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직속 기구인 윤리감찰단이 민주당 내 기강잡기를 위한 전가의 보도로 떠오르고 있다. 김홍걸 이상직 의원이 윤리감찰단 조사 착수 이후 당을 떠난 데 이어 이 대표가 이번엔 다주택을 보유한 당내 국회의원·지방의원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여기에 청렴신고센터를 설치, 윤리감찰단 조사 대상을 넓히도록 하면서 단기간 내 체질개선을 위한 강수라는 평가와 함께 검찰 하명수사와 같은 무제한적인 조사는 무리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의 다주택 보유와 비위 등에 대한 조사를 민주당판 공수처인 윤리감찰단에 요청한 바 있다”며 “최기상 윤리감찰단장은 조사계획 등을 보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당내 다주택자 전수 조사를 윤감단에 지시했었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재차 조사 계획 보고를 요청한 것이다.
이 대표는 또 “당헌 당규에 규정된 대로 윤리감찰단의 조사 필요성이 있는 사안을 국민과 당원이 신고할 수 있도록 청렴 신고 사이트를 개설해 달라”고 박광온 당 사무총장에 주문했다. 활동이 뜸했던 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대해서도 “활동을 본격화해야 한다”며 “센터장 이수진 의원께선 센터의 활동 계획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은 4·15 총선 당시 후보 의원들에게 ‘실거주용 1주택 서약’을 받았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신속히 처분하라”며 매각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설정했다. 지난 7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다주택 의원은 총 39명으로, 최근까지 최인호·강선우·김병욱·이용선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이 집을 팔았다.
그럼에도 윤리감찰단을 동원해 다주택 보유 의원 조사에 나선 건 ‘내로남불’ 이미지를 벗기 위한 이 대표의 전략으로 보인다. 청와대 참모의 다주택 해소 주문에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가 고위공직자를, 이 대표가 의원들을 각각 압박하면서 ‘1인1주택’이 명실공히 당·정·청의 새로운 도덕적 기준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다주택 의원들의 주택 처분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국민의힘에 비해 부동산 문제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고 국면 돌파를 위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하지만 윤리감찰단이 일단 조사에 착수하기만 하면 탈당 릴레이가 벌어지면서 존재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긍정적인 쪽은 내년 3월까지 ‘7개월 시한부’인 이 대표가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전까지 당 기강을 잡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고 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임기가 짧은 이 대표 입장에서는 윤감단이라는 강력한 조직을 통해 단기간에 체질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감찰 방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상시적 감찰 조직을 운영하는 건 당 기강을 바로 잡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취지”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현재 문재인정부의 가장 치명적 요소는 바로 부동산”이라며 “집권당 대표이자 유력한 대선 주자로서 이 대표가 자신이 잘할 수 있고, 국민이 가장 원하고 있는 걸 하고 있다고 본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조치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김홍걸 이상직 의원의 경우 아픈 부분을 도려내는 외과수술적 조치였지만 지방의원까지 포함한 전체 다주택 전체조사는 범위가 너무 넓어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며 “정책기조를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보니 의원들의 반발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직자 등은 윤리감찰단의 요구가 있을 경우 자료제출과 조사에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법적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윤리감찰단이 실효성 있는 감찰을 진행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리감찰단의 감찰 범위와 규정, 역할이 좀 더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다면 이 대표의 감찰 지시도 결국 언론 플레이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