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신상을 무단으로 게시하는 ‘디지털교도소’를 운영하다 베트남에서 검거된 30대 남성 A씨가 한국으로 송환된다. 경찰은 A씨에 이어 디지털교도소를 승계한 2기 운영진도 공범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청은 베트남에서 검거된 중요 국외도피사범 2명을 6일 오전 국내로 송환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송환예정인 2명 중에는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태가 불거진 지난 3월부터 인터넷과 인스타그램에 디지털교도소라는 사이트와 계정을 개설해 운영했던 A씨가 포함돼 있다. A씨는 디지털 교도소에 법무부 ‘성범죄자 알림e’에 게재된 성범죄자 및 살인·아동학대 피의자 신상정보와 선고결과 등을 무단으로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로 지난달 22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검거됐다.
A씨는 디지털교도소를 개설해 성범죄 피의자를 포함한 강력범죄 피의자 140여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사법체계를 무시한 사적 제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또 성범죄나 강력범죄와는 전혀 무관한 이들의 신상이 공개하며 범죄자로 몰아가는 등 적잖은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했다. ‘성착취물을 구매하려 했다’며 한 대학교수의 신상을 공개했지만 경찰 조사결과 전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고, 신상이 공개된 한 대학생 역시 결백을 호소하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A씨가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에 체류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 경찰의 협조요청을 받은 베트남 공안당국은 현지에서 귀가하던 A씨를 검거했다. 현재 베트남 하노이 수용시설에 송환 대기 중인 A씨는 6일 새벽 베트남에서 출발하는 인천행 항공편을 통해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다.
경찰은 A씨에 이어 디지털교도소를 운영 중인 2기 운영진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승계자 공범관계 차원에서 2기 운영진에 대한 국제공조수사 등이 진행 중”이라며 “A씨를 상대로 한 면밀한 수사와 현장에서 압수한 증거물 분석 등을 통해 2기 운영진도 조기에 특정해 검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디지털 교도소 접속차단 조치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4일 방통위는 디지털교도소 접속차단 결정을 내렸지만 2기 운영진들은 주소를 바꿔 홈페이지를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