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청약 첫날 8.6조원 몰려…개미에겐 ‘하늘의 별 따기’

입력 2020-10-05 17:49
방탄소년단이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다이너마이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마지막 대어(大魚)로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 청약 첫날 증거금이 약 8조6000억원 몰리고, 경쟁률은 90대 1 가까이 기록했다. 첫날 경쟁률은 카카오게임즈 당시보다 낮지만, 보통 청약 마지막날 신청이 집중된다는 점과 높은 공모가를 고려하면 개미 투자자가 빅히트 청약에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석 연휴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에도 1%대 상승 마감했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 따르면 5일 빅히트 청약 주관사와 인수회사에 들어온 증거금은 총 8조6242억원이고, 통합 경쟁률은 89.6대 1이다. 지난달 ‘공모주 광풍’을 불러일으킨 카카오게임즈의 첫날 증거금(16조4140억원)과 경쟁률(427대 1)보다는 저조하다. 일반 투자자 대상 배정 주식 수는 142만6000주(신규 발행 주식 713만주 가운데 20%)다.


빅히트 청약에선 공모가가 13만5000원으로 카카오게임즈(2만4000원)와 SK바이오팜(4만9000원)보다 높아 동일한 증거금을 납입해도 더 적은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예를 들어 빅히트의 최종 경쟁률이 SK바이오팜처럼 323대 1을 기록한다면, 증거금 1억원을 넣을 시 4주를 받는데 그친다.

상장 직후 폭등했던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팜의 주가가 최근 연일 급락하고 있어, 청약에 흥행한 종목이라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5일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11일 ‘따상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른 뒤 2거래일 연속 상한가)’된 금액 8만1100원에서 33% 떨어진 5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바이오팜은 이날 기관 보유 주식 170만주가 시장에 나오면서 주가가 10.22% 급락한 14만500원에 마감됐다. 기관이 공모 때 배정받은 주식 중 일부가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모 물량의 80%를 가져가는 등 청약에 유리한 기관투자자는 차익실현에도 비교적 용이하지만, 청약에 실패해 상장 이후 종목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는 고점에서 물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빅히트에 대한 뜨거운 관심 못지않게 추석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코스피지수에도 훈풍이 불었다. 코스피지수는 30.11포인트(1.29%) 급등한 2358.0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0.24(1.21%) 올라 858.39로 마감했다. 코스피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698억원, 388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고, 개인은 5492억원을 팔아치웠다.

연휴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으나, 병세가 호전됐다는 의료진의 기자회견으로 리스크가 완화된 덕분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증권 리서치팀은 “트럼프 대통령 확진에도 미국의 추가 부양책 합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과 11월 미국 대선은 여전히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상태나 지지율 등락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커지거나 조정이 길어질 것”이라며 “대선 결과가 나온 뒤에야 시장이 안정권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