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재입성 맞췄나…김종인의 ‘노동시장 개혁’ 깜짝카드

입력 2020-10-05 17:44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새 당사에서 처음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공정경제 3법뿐 아니라 노사관계, 노동관계법 등도 함께 개편할 것을 정부에 제의한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인 김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새 당사에서 열린 첫 비대위회의에서 작정하고 내놓은 발언이다.

당 안팎에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4차산업 전환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 이슈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기본소득 논쟁을 촉발시켰던 김 위원장이 이번엔 거대여당에서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를 치고 나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성장을 제일 잘하니 어쩌니 하는데, 우리나라의 고용, 해고 문제는 141개국 중 102번째, 노사관계는 130번째, 임금의 유연성은 84번째로 매우 후진적인 양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국가경쟁력보고서’ 지표를 근거로 노동시장 후진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사회 전 분야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의 여러 현상이 변화해야 하는데, 한 가지 성역처럼 돼 있는 게 우리나라의 노동법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에는 제조업 비중이 낮아지고 디지털산업으로 급속도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최소한의 정책 밑그림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김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노동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4차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마찰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새 당사로 매입한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재계 반발을 사고 있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찬성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노동계 반발을 불러올 이슈를 던진 점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개편 필요성을 제시한 노동관계법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최저임금법 등을 아우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법 개정이 한꺼번에 이뤄지기는 어렵다. 김 위원장은 “공정 3법은 그것대로 하는 거고, 노동법은 따로 개정을 시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여당과의 주고받기식 법안 처리를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동시에 여당을 향해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하다는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노동계 지지를 받아 탄생한 문재인정부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문제에 대해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정부의 경제 정책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 정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아무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들의 생존과 생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사전에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