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가 흔든 ‘K-방역’…남편 옹호 발언에 ‘강로남불’ 비난

입력 2020-10-05 17:08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사생활 옹호’ 발언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국민 사생활을 일부 제한하는 ‘K-방역’을 해외에 홍보하던 고위 공직자가 정작 자신의 가족에 대해선 이와 배치되는 ‘사생활 보호’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커진다. 정치권 안팎에선 강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 장관은 5일 외교부 청사에서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행에 대한 논란에대해 “이 교수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일정을 소화했다. 강 장관은 전날엔 “귀국하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남편의 사생활 영역이란 취지로 답했다.

외교 수장인 강 장관은 해외 각국에 K-방역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정부는 현재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 등 ‘3T’를 골자로 한 ‘K-방역모델’의 국제표준화를 추진 중인데, 이 중 역학·추적과 격리·치료가 국민의 사생활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형태다.

정부가 공개한 역학·추적 단계의 국제표준화 분야를 보면 해외 입국자에게 모바일 자가진단 앱을 설치하도록 해 자신의 격리 상황을 실시간 보고하게끔 하고, 확진자의 동선 추적을 위한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표준화하게 돼 있다. 이 부분이 개인 사생활 침해와 맞닿아있어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방법의 표준화’도 함께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집합제한 및 영업중단 등 사회적 거리두기도 격리·치료 단계의 표준화 추진 항목이다.

강 장관은 그동안 K-방역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적극 반박해왔다. 지난 5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선 “사생활은 매우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 권리는 아니다”며 “우린 이런 권리(사생활 보호)가 제한돼야 하는 지점을 분명하게 명시한 매우 강력한 법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

일각에서 “개인의 사생활인데 굳이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느냐”(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발언도 나왔지만 방역 협력을 위해 사생활 침해를 감수하는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교부 홈페이지엔 “국민이 사기당한 기분이다. 국민은 명절에도 국가 시책에 동참하는데 이게 지금의 고위공직자들이냐” “집안도 살피지 못하면서 무슨 외교를 하겠다는 건지. 강 장관은 그만 물러나라”는 글이 올라왔다.

야당은 ‘강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 1차관 출신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이 교수의 출국에 대해 “한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공직자의 배우자는 준공직자로서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윤리적 기준을 동일하게 지키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이라며 “이 교수가 일정을 축소해 일단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기현 의원도 “긴급한 일이 아니고 요트를 사기 위해 가는데 남편 일을 개인 문제라고 넘어가면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전반적으로 이번 일에 대해 호의적이진 않다. 김남국 의원은 “개인의 일탈적 행동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박범계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장관에게 이를 연결해 책임을 묻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김영선 이상헌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