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은 개천절 당시 도심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차벽으로 원천봉쇄한 조치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또다시 한글날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경찰은 금지 통고된 집회에 대한 엄정대응 방침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김 청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천절 집회 차단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찰이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3일 광화문 광장 일대를 차벽으로 에워싸 모든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 신고의무가 없는 1인 시위뿐만 아니라 광장 접근조차 차단되면서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김 청장은 “금지통고된 집회가 실제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감염병 예방과 법 집행 실행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였다”며 “시위대와 경찰·시민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 끝에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번진 8·15 광복절 집회 때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제펜스와 차벽을 동원한 원천봉쇄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오는 9~10일 예고된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서도 개천절 조치에 맞먹는 엄정대응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를 추진했던 8·15비상대책위원회는 한글날인 9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2000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한 상황이다. 이를 포함해 9일에는 총 1116건(10인 이상 집회 56건), 10일에는 1089건(10인 이상 집회 54건)의 집회가 신고됐다. 경찰은 서울시 행정명령에 따라 10인 이상 집회에는 모두 금지를 통고했고, 지자체 금지구역에 포함된 10인 미만 집회에도 금지통고를 내렸다.
김 청장은 “불법 집회가 버젓이 이뤄지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며 “집회 신고내용과 위험요인을 분석해 방역당국과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차벽에 대해서는 “불가피할 경우 차벽을 설치할 수 있다는 서울고법의 2018년 판결이 있다”며 “개천절 때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청은 여당이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에 관해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공수처의 수사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있도록 조항을 수정하는 등의 내용이다. 경찰청은 “견제와 균형 원칙에 입각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수정 의견을 냈지만, 공수처법 개정안의 전체적인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