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확진판정 받고도 ‘결과 기다린다’며 거짓말”

입력 2020-10-05 16:29 수정 2020-10-05 16: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중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 병원 밖으로 차를 타고 나와 지지자들 앞을 지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속검사에서 1차로 양성 판정을 받고도 이를 숨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4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 인사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정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신속검사에 따른 양성 판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폭스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하기 몇 시간 전 이미 코로나19 양성 결과를 받아든 상태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의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며 “나와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검사를 받은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언급만 했다. 여기서 말한 ‘검사’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새벽 1시쯤 코로나19 최종 확진 소식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WSJ는 “백악관 프로토콜에 따르면 비강 깊은 곳에서 채취한 검체를 대상으로 해 보다 정확성이 높은 PCR은 신속검사 결과 양성이 나온 경우에만 실시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검사 결과 과정도 이같은 프로토콜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이 주변 인사들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철저히 감춰왔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재선 캠프의 빌 스테피언 선대본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힉스 보좌관의 코로나19 양성 판정 소식을 지난 1일 오후 블룸버그통신의 보도 전까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스테피언 선대본부장도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으로 지난 2일 밝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잡음은 계속됐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양성) 진단을 받고 72시간이 지났다”고 언급한 장면은 큰 논란을 낳았었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소식이 전해진 지 36시간 정도가 흐른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추후 콘리는 자신의 말실수였다며 급히 수습에 나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우려스럽다”는 한 백악관 인사의 발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WSJ에 따르면 당시 병실에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은 한 참모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빌어먹을 놈이 그런 말을 했느냐”며 ‘f’로 시작하는 비속어까지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인사는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으로 밝혀진 바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