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늘만 도는 관광비행도 면세쇼핑’ 긍정 협의중

입력 2020-10-05 15:51
지난달 에어부산의 ‘도착지없는 비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실습 비행체험에서 위덕대학교 항공관광학과 참가학생들이 기내 음료서비스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에어부산 제공

조만간 도착지 없이 상공만 돌다 오는 ‘이색 관광비행 상품’에서도 면세점 쇼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해외 상공만 비행한 노선도 국제선으로 분류하고 면세점 쇼핑을 허가하는 방안을 관세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국내 항공사들에 관광비행 상품 출시 계획과 이용객들이 면세점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등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관광비행은 정해진 노선을 따라 상공을 돈 후 출발지로 돌아오는 이색 상품으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내외 항공업계가 조금이라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내놓았다. 국내에선 에어부산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다만 이들 상품은 국내 상공만 도는 국내노선이어서 면세점 쇼핑은 불가능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면세점 쇼핑은 사실상 관광비행 상품의 꽃”이라며 “최근 관광비행 상품을 준비하는 항공사 다수가 면세점 이용 가능 여부를 문의해와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관련법상 승객이 면세점을 이용하려면 여권 소지 등 출국심사를 거쳐야 하고 탑승 노선이 국제선으로 분류돼야 한다. 관광비행은 항공사업법상 국내·국제 부정기편으로 규정돼있긴 하지만 실제 상품으로 출시되는 건 최초다. 이에 면세점 이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국토부뿐만 아니라 관세청,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검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당국의 가장 큰 고민은 방역 문제다. 관광비행 이용객들이 공항 입점 면세점을 이용하게 되면 출국자들과 무분별하게 접촉하고 섞일 수 있어서다. 관광비행 승객은 ‘입국 후 2주 격리’ 등 까다로운 방역 절차를 밟지 않기 때문에 면세점에서 감염이 발생했을 경우 공항 방역이나 확진자 감염 노선 추적 등에 구멍이 뚫릴 위험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방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세점 내 관광비행 승객 동선을 따로 분리할 것인지, 기내 면세점만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인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기내 면세점만 허용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본다.

업계 최초로 일반인 대상 ‘관광비행 상품’ 출시한 아시아나항공

국토부는 취합한 항공사 의견을 토대로 법무부, 관세청, 방역 당국과 협의해 조만간 국제노선 관광상품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토부는 항공업황 악화, 관련 상품 수요 등을 고려해 최대한 항공사 편의를 봐주겠다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대만 등 해외에선 관광비행에서 면세점 쇼핑이 가능하다”며 “국내도 방역 상 안전하기만 하면 면세점 쇼핑이 가능한 관광비행을 출시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쇼핑이 가능해지면 관광비행 시장을 둘러싼 항공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등은 국토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대로 국제선 관광비행 상품 출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