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 2년차 토트넘 공격 핵심은 ‘침투맛집’ 손흥민

입력 2020-10-05 14:20
해리 케인의 도움으로 골을 넣은 뒤 케인에게 안기는 손흥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무리뉴 2년차’ 토트넘 홋스퍼의 핵심 공격루트는 손흥민(28)의 침투다. 빠른 순간속도로 상대 수비 최후방 라인을 깨는 손흥민의 돌진과 믿을 수 없는 골 결정력을 믿고 팀의 상징적인 공격수 해리 케인은 물론, 에릭 라멜라 등 여타 동료 선수들까지 빈 공간을 향한 중·장거리 패스를 계속해서 시도한다. 벌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 선두(6골)에 올라 있는 손흥민이기에 이런 공격 전술이 유지될 경우 시즌 끝엔 득점왕 타이틀도 기대해볼 만하다.

손흥민은 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멀티골과 1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역사적인 6대 1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중반 주제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 동안 손흥민의 활용 방안에 물음표가 찍혔던 게 사실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아래서 투톱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득점에만 치중했던 손흥민이 왼쪽 미드필더에 고정되면서 수비적인 역할까지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수비 가담과 태클 빈도가 늘어나자 ‘무리뉴는 손흥민을 윙백으로 쓴다’는 말까지 나왔다.

‘역습 전술’을 잘 구사하는 무리뉴 감독으로서도 딱히 방법이 없었다. 원하는 선수를 영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 밀란)의 이적이 가까워졌던 상황. 손흥민을 앞세운 빠른 역습을 위해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를 찔러줄 중원 자원이 마땅치 않았다. 3선 자원들의 빌드업과 수비 능력도 떨어졌고, 무엇보다 손흥민이 위치한 왼쪽 풀백 자리는 벤 데이비스가 고군분투했지만 공·수 전반에서 부족함을 노출해 손흥민이 공격에만 집중할 상황이 아니었다. 심지어 대니 로즈가 시즌 중 임대돼 활용할 자원의 폭도 적었다.

올 시즌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팀의 ‘주포’였던 해리 케인이 아래로 쳐져 ‘이타적인’ 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맨유전 손흥민의 첫 골도 케인의 ‘빠른 프리킥 처리’를 통한 완벽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지난 2라운드 사우샘프턴전에서도 케인은 공간을 노린 창의적인 패스로 손흥민의 4골 모두를 도왔다.

케인은 득점력 뿐만이 아니라 창조적인 패스까지 장착한 전천후 공격수로 거듭난 모습이다. 현재 공격포인트 1위(9개·3골6도움)에 2위권과 4개 차 도움 1위를 질주 중일 정도. ‘도움왕’ 케인 덕에 에릭센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존 다큐멘터리에서 무리뉴 감독과 첫 면담을 할 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리오넬 메시와 같은 톱 클래스 공격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던 것처럼, 케인은 자신의 창의성으로 다시 한 단계 진화했다. 그리고 그런 케인을 돋보이게 만드는 건 패스를 가장 잘 받아먹을 수 있는 손흥민의 골 결정력이다.

오리에와 골 세리머니하는 손흥민의 모습. EPA연합뉴스

비단 케인뿐만이 아니다. 라멜라 등 다른 동료 선수들도 맨유전에서 상대 최후방 수비 라인을 깨부수는 손흥민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수 차례 중장거리 패스를 시도했다. 그만큼 토트넘의 현재 공격 전술에선 역습에 유리한 침투 능력을 보유한 손흥민의 존재감이 크다.

요소요소에 보강된 새로운 선수들, 특히 정비된 풀백 라인도 손흥민에겐 호재다. 지난 시즌 겉돌았던 우측 풀백 세르지 오리에는 포지션 경쟁자 맷 도허티의 영입 효과 탓인지 출장할 때마다 공격 가담 능력과 크로스 능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손흥민의 맨유전 두 번째 골도 오리에의 과감한 돌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손흥민이 주로 활약하는 왼 측면엔 데이비스보다 공격 가담 능력이 훨씬 좋은 세르히오 레길론이 영입됐다. 손흥민과 레길론이 손발을 더 맞춰나갈 경우 두 선수의 호흡을 통해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장면도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다.

이미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넣었던 차범근 전 감독을 넘어 유럽 정규리그에서 한국인 최초 100골 고지에 오르는 역사적인 대기록을 작성한 손흥민은 더 큰 목표에 도전해볼 수 있다. EPL 4경기에서 6골을 폭발시켜 득점 순위에서 이미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손흥민이 현재와 같은 토트넘 공격 전술에서 유의미한 득점 기록을 이어간다면 자신의 한 시즌 EPL 최다골 기록(2016-2017시즌 14골)을 넘어서 리그 득점왕까지 바라볼 수 있다. 여기에 우승 경험이 없는 손흥민은 ‘2년차’에 가장 많은 트로피를 차지했던 무리뉴 감독과 함께 첫 타이틀을 획득할 가능성도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