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A씨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수입을 줄여서 신고했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금융 계좌를 조회하고, 미행하며 A씨를 조사했다. 그 결과 A씨는 등록된 주소지가 아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에 월세로 살며 고급 수입차를 타는 등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국세청은 A씨의 사무실·거주지 동시 수색에 나섰다. 국세청 조사관은 사무실 서재 책꽂이 뒤에서 A씨가 숨겨둔 3600여만원의 현금을 발견했다. A씨의 거주지 금고에서는 순금과 일본 골프장 회원권, 명의 신탁 주식 취득 계약서, 명품 시계·핸드백이 쏟아졌다. 국세청은 A씨로부터 총 2억원가량을 압류해 공매를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은 5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A씨 사례를 포함해 올해 8월까지 거주지 수색 등 강도 높게 추적 조사해 징수하거나 채권으로 총 1조5055억원을 징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징수·확보액보다 1916억원 많은 금액이다.
국세청이 올해부터 지방청과 세무서에 체납전담 조직과 빅데이터 분석기법까지 동원해 호화생활을 누리는 고액·상습 체납자의 은닉재산 추적·환수에 나선 결과다. 국세청은 “사해 행위 취소 소송 449건을 제기하고, 체납 처분 면탈범으로 290명을 고발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고도 덧붙였다.
B씨는 2017년 고액·상습 체납자로 국세청 홈페이지에 명단이 올랐다. 그런데 B씨가 고급 외제차를 운행하면서 고가 주택에 거주하는 등 호화롭게 살고 있다는 은닉재산신고서를 체납추적팀이 접수했다. 체납추적팀은 3개월간 잠복과 미행, 현장탐문 활동으로 B씨가 타인 명의의 고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것을 확인했다. 체납추적팀은 수색을 통해 숨겨둔 외화·명품시계·그림 등 약 1억원 상당을 압류했다.
C씨는 체납처분을 회피하기 위해 배우자에게 양도대금 및 부동산을 증여해 재산을 숨겼다. 체납추적팀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체납자가 주소지가 아닌 배우자 명의로 계약한 서울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을 확인하고 수색 결과 현금 1억원을 징수했다.
국세청의 이번 추적조사 대상은 체납자의 부동산을 대금의 수수 없이 매매 형식으로 특수관계인에게 이전하거나 소득원천이 불분명한 특수관계인이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하는 등 타인의 명의로 재산을 숨긴 혐의가 있는 597명이다. 본인 사업을 폐업하고 타인 명의로 인근 장소에 동일·유사업종으로 재개업해 사실상 체납자 본인이 사업을 계속 운영하는 명의위장 혐의자 128명도 포함됐다.
특수관계인 명의로 수출 대금 등의 외환을 회수하거나 국내 재산을 해외로 유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산을 은닉한 혐의자 87명도 추적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재산을 숨겨준 혐의가 있는 친인척의 금융 계좌까지 조사해 부동산 매매·전세대금, 사업자금 등 자금 출처를 검증하다는 방침이다. 고발 대상에는 체납자와 그 방조자를 함께 포함해 형사 처벌받도록 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또 체납자 은닉 재산 신고자에게 포상금도 지급한다. 국세청 홈페이지와 관내 세무서 게시판에는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는데, 이들의 은닉 재산을 국세청 홈페이지나 국세상담센터(126)에 신고하면 최대 2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