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지자체장 공천 탈락 예비후보에겐 기탁금 돌려줘야”

입력 2020-10-05 12:14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자가 당내 공천 심사에서 탈락해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예비후보자 기탁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수원지법 등이 옛 공직선거법 제57조 제1항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예비후보자가 사망하거나 당내 경선까지 치른 뒤 탈락할 경우 제한적으로 기탁금을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6·13 지방선거 당시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서 기탁금 1000만원을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하고 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A씨를 경선후보자 대상에서 제외해 후보자 등록을 하지 못했고, 기탁금은 국고에 귀속됐다. 이에 A씨는 지역 선관위원장을 상대로 기탁금 귀속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수원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예비후보자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에서 탈락해 본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은 것은 후보자등록을 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는 객관적이고 예외적인 사유에 해당한다”며 “예비후보자에게 기탁금을 반환하지 않는 것은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정당의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예비후보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도 했다.

헌재는 2018년 1월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자가 같은 조항의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부분에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을 언급하며 “취지가 동일하며 견해를 변경해야 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만약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한다면, 예비후보자의 기탁금 납입조항은 효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기탁금 반환의 근거규정만 사라지게 돼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