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윈데믹’ 대비한다던 호흡기전담클리닉… 17곳 불과

입력 2020-10-05 12:11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 독감의 동시 유행인 ‘트윈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키로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이 9월까지 전국에 17곳 설치되는 데 그쳤다. 사업 추진을 밝힌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올해 목표치인 500곳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보건소 256곳 중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설치한 곳은 17곳으로 집계됐다. 올 연말까지 보건소에 설치하는 ‘개방형 클리닉’의 목표치는 500곳이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이보다 다소 줄어든 466곳을 설치 목표치로 세웠다. 이달 중에는 84곳, 11~12월 중에는 365곳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가을철 코로나19 재유행과 독감 유행으로 호흡기 환자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추진 중인 사업이다. 호흡기질환자를 따로 진료해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지난 5월 4일 밝힌 계획에 따르면 보건소·공공시설 내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의사가 참여하는 개방형 클리닉은 연내 500곳 설치가 목표다. 지역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의료기관형 클리닉도 내년에 500곳 추가해 최종적으로 1000곳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벌써 가을철에 접어들었음에도 9월까지 17곳에 불과했고, 이달 목표치인 84곳을 추가한다 해도 전체 목표치의 5분의 1가량밖에 못 미친다. 지난달 21~29일까지 집계된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 현황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1곳(성동구), 경기도는 6곳(고양·과천·안산·구리·의왕)이 설치됐다. 부산은 해운대구와 기장군 등 2곳에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지정됐다. 인천(부평구)과 세종시, 충남(천안시), 전북(고창군). 경남(산청군)은 각 1곳씩 설치됐다.

9월 중 호흡기전담클리닉이 한 곳도 설치되지 못한 시·도는 8곳이었다. 울산과 제주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 보건소를 중심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보건소 공간을 활용하는 개방형 클리닉 설치도 진척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에 500곳을 목표로 하는 의료기관형 클리닉 마련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처음부터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1차 의료기관의 역할 축소 우려, 1억원의 클리닉 설치 지원금에 대한 불만 등이 제기됐다.

복지부 측은 “매년 호흡기·발열 환자가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고려해 11월 이후 설치 예정인 곳들은 설치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