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시무 7조’를 썼던 진인(塵人) 조은산이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명박산성’을 비난했던 인사들이 주축이 된 문재인정부가 개천절 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 일대에 차벽을 세운 것을 비판했다.
조은산은 5일 블로그에 “하나의 하늘 아래 두 개의 산성이 구축되었으니 광우병의 명박산성이요, 역병의 재인산성”이라며 “명박산성 앞에 자유를 운운하던 정치인은 재인산성 뒤에 급히 숨어 공권력을 운운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역병의 기세에 산성은 드높아 나는 아찔해 두 눈을 감는도다”며 “전의경을 짓밟고 명박산성 위를 기어올라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춤을 추던 촛불시민들은 재인산성 위의 사졸로 전락해 댓글의 활시위를 당긴다”고 주장했다.
이어 “‘뇌 송송 구멍 탁 활줄을 당겨라’는 구령에 맞춘 사졸들의 활질에 이미 한 자리씩 꿰찬 그 시절의 광대들은 슬며시 무대 뒤로 사라지고, 미국산 쇠고기 굽던 연기만 그 자리에 자욱하다”고 덧붙였다. ‘뇌 송송 구멍 탁’은 광우병 파동 당시 거리로 나온 시위대가 사용했던 구호다.
조은산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향한 별도의 글 ‘이낙연 대표님께 바치는 산성가(山城歌)’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광우병 사태가 한창이던 그때, 이 대표는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이명박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규탄했고 이제 그 말들은 숙주를 찾아 저에게 옮겨왔으며 다시 이 글을 통해 당대표님께 들러붙어 주인을 찾은 모양새”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잠룡이 마침내 수면을 깨뜨리고 모습을 드러냈을 때, 얼굴은 하나요 입이 두 개인 기형 생물인 것을 어느 누가 바라겠나”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개천절 보수단체 집회를 앞두고 서울지방경찰청을 전격 방문해 강력한 공권력 발동을 주문하고, 페이스북에는 온통 강경, 차단, 봉쇄, 통제, 불법, 압도, 무관용 등 예전의 여권 인사들이 물고 늘어질 만한 말들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조은산은 “여당의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방역의 당위성과 확산의 위험성을 먼저 알리는 것이 국민의 과한 욕심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표의 이러한 발언과 행보는 작금의 사태에 도움은커녕 대립과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할 뿐이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국민에 대한 극심한 조롱에 가깝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