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보다 방역”이라던 강경화…남편엔 “본인 선택”

입력 2020-10-05 06:57 수정 2020-10-05 09:34
2017년 청와대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강경화 장관(오른쪽)과 남편 이일병 교수.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3일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강 장관이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침 불이행을 비판했던 사실이 뒤늦게 이목을 끌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지난달 31일 ‘팬데믹 이후의 세계: 지정학적 경쟁과 다자주의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2020 외교안보연구소(IFANS) 국제문제회의 기조연설에서 수도권 코로나 재확산과 관련해 “정부를 신뢰하지 않거나, 이유가 어찌됐든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로부터 시민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뼈아픈 교훈을 다시금 얻게 됐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정부는) 고집스러운 비협력에 대해선 집행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코로나19 통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전 세계 국가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해 국민의 여행 취소를 권고한 바 있다.

강 장관은 지난 5월에도 사생활 침해 지적을 받은 방역 당국의 코로나 확진자 추적 체계를 옹호하며 “사생활은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강 장관의 남편인 이 교수는 지난 6월 이미 그리스 여행을 가려다 한 차례 취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결국 지난 3일 정부의 추석 연휴 이동 자제령에도 ‘요트를 사야 한다’며 미국으로 출국했다.

강 장관은 4일 남편의 요트 쇼핑 여행이 논란이 되자 “송구스럽다”면서도 “귀국을 요청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외교부 청사를 나가면서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강 장관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난 것”이라며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 남편은 외교부가 코로나 상황 속에서 국민에게 여행을 자제하라고 하는 상황에서, 2억원짜리 요트를 구입하기 위해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공직자 배우자로서 부적절한 행위”라고 한 데 이어 이낙연 대표도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서도 강 장관 남편의 미국행을 비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