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량 탄 채 깜짝 등장…경호원 동승에 “미친 짓” 비판

입력 2020-10-05 06:28 수정 2020-10-05 13: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검은 색 밴 차량을 탄 채 입원해 있던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을 빠져나와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검은 색 밴 차량을 탄 채 이동하면서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에 모여 있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돌출 행보를 펼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방탄에다가 화학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극도로 밀폐된 대통령 전용 차량에 운전자·경호원 등 2명과 동승한 것은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미친 짓(insanity)”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20분쯤 자신이 입원한 월터 리드 군 병원 밖에서 쾌유를 기원하며 모여있는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깜짝 외출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쇼를 펼친 것은 지지자들에 고마움을 전하고, 건강악화설을 직접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또 올해 대선을 정확히 30일 앞둔 시점에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 안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손을 흔들었다. 차량 내의 동승자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병원 앞에 서 있던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차량의 경적을 울리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열광적으로 반겼다.

경호 차량으로 보이는 검은 색 밴 차량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량의 뒤를 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짧은 외출을 마치고 월터 리드 병원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외출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1분 13초 분량의 동영상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깜짝 방문’을 하겠다고 밝힌 직후 이뤄졌다.

그는 동영상에서 병원 밖에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 “위대한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또 자신의 상황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여행이었다”면서 “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진정한 학교”라면서 “나는 그것을 알게 됐고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드라이브에 “미친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밀폐된 차량에 운전자와 경호원들과 동승한 것은 이들을 위협에 빠뜨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제임스 필립스 조지워싱턴대학 의과대학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에 동승했던 모든 사람들은 14일 동안의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필립스 교수는 이어 “그들은 아플 수 있다. 그들은 죽을 수도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필립스 교수는 “정치극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면서 “이것은 미친 짓”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필립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한 월터 리드 병원과 협력 관계에 있는 교수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사드 오메르 예일대 국제보건연구소 국장은 “(동승한) 두 사람은 창문이 닫히고,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활성 감염 상태에 있다”면서 “마스크가 도움을 주겠지만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나단 레이너 조지워싱턴대 의과대학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무책임함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드라이브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지난 2일 월터 리드 병원에 입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료진은 이르면 5일 퇴원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