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나라’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성공을 거둔 일본 출신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병하다 4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AFP통신, 주간지 르푸앙 등에 따르면 겐조의 대변인은 겐조가 이날 프랑스 파리 인근 뇌이쉬르센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향년 81세.
1939년 일본 효고현 히메지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겐조는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애초 고베대학교에 진학했으나 곧 관두고 분카패션대학에서 진짜 원하는 공부를 시작했다. 졸업하자마자 프랑스 마르세유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어 1964년 파리에 도착했다.
처음부터 성공 가도를 걸은 것은 아니었다. 겐조는 프랑스 브랜드 레노마에 보조 스타일리스트로 취직했고, 70년 나이 서른에 자신의 첫 번째 매장 문을 열었다. 일본식 문화와 서양식 문화를 접목한 작품들이 호평을 얻었고, 76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세상에 내놨다.
여성 컬렉션으로 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한 겐조는 83년 남성 컬렉션을 선보였고 88년 향수를 출시했다. 겐조 향수병에 그려진 꽃은 겐조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94년 여름 파리를 대표하는 다리 ‘퐁뇌프’를 꽃과 담쟁이덩굴로 수놓은 것도 겐조의 작품이었다.
패션쇼가 끝나고 무대인사를 할 때면 소년 같은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겐조는 93년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 자신의 브랜드를 매각한다.
겐조는 6년이 지난 99년 패션계에서 떠나겠다고 발표하면서 30년 가까이 바쳤던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마무리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