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의 3연승을 이끌어낸 박건하 감독이 제자 김태환의 ‘옷깃 세우기’ 세리머니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선수 시절 트레이드 마크였던 세리머니를 제자가 재현해준 것뿐만 아니라 뜻밖의 활약을 보여준 데 대한 고마움에서다.
박건하 감독은 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0대 1로 승리한 뒤 인터뷰에서 “사실은 경기 중에는 김태환이 (어떤) 세리머니를 했는지도 몰랐다”면서 “(세리머니 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보다 센스있는 선수구나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경기에서 김태환은 전반 막판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받아 간결한 터치 뒤 왼발 중거리포로 인천의 반대편 골망을 갈랐다. 공이 들어가는 걸 확인한 뒤 박건하 감독이 선수 시절 선보였던 옷깃을 세우는 세리머니를 펼친 뒤 박 감독에게 뛰어가 안겼다. 이 골로 수원은 승점 27점을 쌓으며 8위로 도약, 잔류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게 됐다.
박 감독은 “(김태환에게) 득점까지는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선수에게도 저에게도 의미있는 경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환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고 열심히 하는 선수”라면서 “기존에 스트라이커를 보던 선수를 사이드에 세웠는데 몇 경기 안 치렀는데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칭찬했다. 박 감독은 “득점도 했으니 자신감도 많이 생겼을 것”이라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수원 유소년 출신이 K리그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건 올 시즌 박상혁에 이어 두 번째, 수원 구단 역사에서는 12명째다. 김태환은 경기 뒤 “믿고 출전시켜준 감독님께 감사를 표현하려고 경기 전부터 (세리머니를) 준비했다”면서 “감독님에게 안기는 것도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