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옷깃 세리머니’에…박건하 “생각보다 센스있네”

입력 2020-10-04 21:40 수정 2020-10-05 16:29
수원 삼성 김태환(오른쪽에서 두번째)이 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 중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 삼성의 3연승을 이끌어낸 박건하 감독이 제자 김태환의 ‘옷깃 세우기’ 세리머니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선수 시절 트레이드 마크였던 세리머니를 제자가 재현해준 것뿐만 아니라 뜻밖의 활약을 보여준 데 대한 고마움에서다.

박건하 감독은 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0대 1로 승리한 뒤 인터뷰에서 “사실은 경기 중에는 김태환이 (어떤) 세리머니를 했는지도 몰랐다”면서 “(세리머니 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보다 센스있는 선수구나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경기에서 김태환은 전반 막판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받아 간결한 터치 뒤 왼발 중거리포로 인천의 반대편 골망을 갈랐다. 공이 들어가는 걸 확인한 뒤 박건하 감독이 선수 시절 선보였던 옷깃을 세우는 세리머니를 펼친 뒤 박 감독에게 뛰어가 안겼다. 이 골로 수원은 승점 27점을 쌓으며 8위로 도약, 잔류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게 됐다.

박 감독은 “(김태환에게) 득점까지는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선수에게도 저에게도 의미있는 경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환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고 열심히 하는 선수”라면서 “기존에 스트라이커를 보던 선수를 사이드에 세웠는데 몇 경기 안 치렀는데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칭찬했다. 박 감독은 “득점도 했으니 자신감도 많이 생겼을 것”이라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수원 유소년 출신이 K리그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건 올 시즌 박상혁에 이어 두 번째, 수원 구단 역사에서는 12명째다. 김태환은 경기 뒤 “믿고 출전시켜준 감독님께 감사를 표현하려고 경기 전부터 (세리머니를) 준비했다”면서 “감독님에게 안기는 것도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