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번엔 부적격 심의위원…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 잇단 논란

입력 2020-10-05 05:00

국고로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서울문화재단의 미숙하고 안일한 업무처리가 잇따라 드러나 뭇매를 맞고 있다. 9월 들어 소액 지원이라곤 하지만 공 뽑기 당첨 방식을 채택해 원칙 없다는 비판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결격사유가 있는 심의위원이 포함돼 재심의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는 비판 댓글이 아우성치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28일 오후 2020년 서울문화재단 온라인미디어지원사업 ‘ART MUST GO ON’ 최종 선정 결과’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이 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변화하는 창작 환경 속에서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예술 활동을 국고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당초 200여팀을 선정해 30억원을 지원할 것으로 예고됐다.


공모 분야는 예술활동형(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지원)과 창작준비형(온라인미디어 예술콘텐츠 지원)으로 구분되는데 분야별 최대 지원금은 예술활동형이 6000만원, 창작준비형은 1000만원이다. 최종 선정 결과 발표 직후 심의위원 가운데 1명에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다는 제보가 나왔다. 창작준비형이 문제였다. 재단은 “지목된 심의위원의 인적사항과 결격 사유에 대해서는 법률자문결과 개인정보보호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알리기 어렵다”며 “다만 신고 된 건은 부정청탁 또는 금품수수로 인한 불공정 심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제보와 함께 재심의 요구를 받은 재단은 심의 결과 공지를 삭제하고 지원 신청자 648명에게 상황을 문자로 안내했다. 또한 29일 홈페이지에 “해당 심의위원과 직접 사실관계 확인을 한 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재심의를 결정했다”며 “해당 심의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심의위원의 점수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재심의를 진행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해당 공지 글에는 정확한 경위와 대책, 절실함을 호소하는 예술가들의 비판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특히 기존 심의와 재심의 과정에서 수치가 변경됐으나 당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기존에는 648건을 대상으로 심의해 110명을 선정했는데 재심의는 546건 중 108명을 선정했다. 서류 미비 등 1차 탈락자 포함 여부로 발생한 차이라 절차상 문제는 없었으나 재단이 설명하지 않아 예술가들의 분노가 거셌다.

한 예술가는 “심사결과 변동을 이렇게 통보하는 것은 불공정하며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고 항의했다. 또 다른 예술가는 “재단에 심의위원을 제대로 선정하지 못한 책임을 묻고 싶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예술가가 떠안게 되는 것인가. 결과가 번복된 예술가들을 위한 합리적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고 적었다.

재심 방법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재심은 해당 심의위원의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심의위원의 점수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단은 “재심의 절차에 따라 심의 결과가 바뀔 수도 있는 무거운 사안이었지만 공공기관의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가를 앞서 고민한 결과”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 예술가는 “합격 발표하자마자 심의위원 문제로 취소하고 하루 만에 그 위원만 제외하고 한 명이 부족한 채로 나머지 점수로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며 “시간이 걸려도 기존의 심사팀을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것이 더 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심의위원 선정과 관련해 “공정한 심의를 위해 심의위원 대상자 3배수 생성 후, 심의위원 섭외 임의순위 생성기를 통해 임의 선정하고 있다”며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해 심의위원에 대해 더욱 강화된 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단의 지원사업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15일에도 예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예술인과 재난을 대하는 가지가지 온-택트 수다’에서 추첨 방식으로 지원금 당첨자를 선정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재단은 유튜브를 통해 공 3개를 뽑아 세 자릿수를 만들어 이 숫자에 해당하는 참가자에게 각 100만원씩 지원했다.

해당 사업은 장르 제한 없이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모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참가자가 제출한 지원서를 토대로 적격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 선정하는 것과는 달랐다. 소액 지원인 만큼 별도의 제약을 없애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는 오히려 지원금이 절실한 단체에 돌아가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공공기관이 아무런 원칙 없이 예산을 소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복잡한 심의 과정에 수반되는 행정 비용이나 심사의 효율성 등을 고려했다는 재단의 뒤늦은 해명은 절박한 예술가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했다. 당초 재단은 “예술가 지원 사업을 무슨 로또처럼 하느냐”는 비판에도 “수다라는 콘셉트에 맞게 코로나19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다과비를 지원하는 정도”라거나 “추첨 민주주의로 이해해달라”는 알 수 없는 해명을 내놨었다. 재단 입장에서는 새로운 실험적인 방식을 모색하면서 고민 끝에 찾은 방식이었겠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 해 예술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