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비수 꽂는 일본…한국 특허 상대 잇단 이의신청

입력 2020-10-04 17:43
“소·부·장 자립화에 日 해외서도 특허분쟁 본격화” 전망도
포토레지스트 등 일부 품목 여전히 일본 의존도 ↑


한국이 보유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특허와 관련해 일본 측이 올 들어서만 최소 9건 이상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이 한국 기업의 기술력 견제를 위해 특허분쟁 준비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특허청이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일본 기업 등이 한국을 상대로 신청한 특허분쟁은 총 10건이다. 특허분쟁은 통상 이의신청과 무효심판, 침해소송 등 3가지로 나뉜다. 이의신청은 특허권 설정 등록 이후 6개월 이내에 해당 국가 특허청에 특허등록 행정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으로 특허분쟁의 초기 단계에 해당된다. 여기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효심판이나 특허 침해소송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글로벌 특허분쟁 전문 기관인 ‘다츠 아이피’에 따르면 일본이 올 들어 한국에 제기한 특허분쟁은 10건 모두 이의신청이다. 무효심판이나 침해소송은 없었다. 일본이 한국 기업 등에 제기한 특허 이의신청은 2018년 26건에서 지난해 19건, 올해 10건 등 감소세다. 하지만 이의신청이 들어간 품목을 보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2018년 일본이 이의신청한 특허 가운데 소부장 관련 분야는 10건으로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전체 이의신청 품목 가운데 90%가 소부장 관련 분야가 차지했다.

예전에는 일본 측의 특허분쟁이 이미 특허가 난 사안에 집중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로 신기술 관련 분야에 집중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올해 일본 측이 제기한 특허 이의신청 내역을 보면 이차전지나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반도체 부품 등 신기술 품목 관련 특허가 대다수다. 특허 문제에 정통한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시작된 소부장 자립화에 대해 일본의 특허분쟁은 예고된 수순”이라며 “앞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 기업에 대한 특허분쟁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 의원은 “특허는 산업생태계를 출발하게 하고 완성할 단추”라며 “특허청이 우리 기업에 대한 일본의 특허분쟁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부장 자립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일부 품목은 여전히 일본 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산업 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수출규제 품목이었던 포토레지스트의 수출규제 이후 1년간(지난해 7월~올해 6월) 국가별 수입액 비중을 보면 일본이 86.8%였다. 수출규제 전 1년간(2018년 7월~지난해 6월) 92.9%에 비하면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수출규제 품목인 불화폴리이미드 역시 수출규제 이후 1년간 일본의 수입액 비중이 92.4%로 수출규제 이전 1년(93.0%)과 별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