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져주고 불법환전… 도박장 전락한 스포츠베팅 게임

입력 2020-10-04 17:20 수정 2020-10-04 17:33

스포츠 베팅을 모사한 온라인게임이 불법 스포츠 도박의 장으로 오용되고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버젓이 정부의 등급분류까지 받은 베팅 게임 내에선 ‘픽 거래소’나 ‘미니게임’을 통한 불법 환전이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 게임사들은 환전상이 고객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대상 지목’을 할 수 있게 은밀히 허용해 게임머니를 특정인에게 넘겨줄 수 있게끔 방조하고 있었다. 사실상 짬짜미 불법영업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포츠 베팅 게임물은 축구, 야구, 농구 등 스포츠 경기 결과에 게임머니를 베팅해 적중·실패 시 게임머니의 득실이 발생하는 베팅 게임을 말한다. 현금이 아닌 게임머니로 베팅을 하기 때문에 게임산업법 시행령 규율 대상으로 분류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15개 사업자가 26건의 스포츠 베팅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OX, 점프볼, 승부차기 등 불법 환전 창구로 이용될 위험이 큰 미니게임이 포함된 게임은 11개였다. 픽 거래소의 경우 9개 게임에 들어가 있다.

현행법상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물은 1개월 구매한도 50만원, 1회 게임머니 사용(베팅) 한도 5만원이 책정돼있다. 1일 손실한도 10만원 제한은 지난 3월 폐지됐다. 환전상들은 고액 베팅자들을 끌어 모아 현금을 받고 미니게임에서 일부러 져주는 방식으로 한도 이상의 게임머니를 넘기고 있다.

게임 중 상대방 선택은 현행법상 금지되어 있다. 사실상 게임사가 불법 환전 행위를 방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 내 ‘픽 거래소’를 통해 불법 환전이 이뤄지기도 한다. 픽 거래소란 예컨대 A가 경기 결과를 예측한 ‘픽’을 거래소에 등록하면 B, C 등이 이 ‘픽’을 구매해 결과가 적중할 경우 배당금을 받는 시스템을 말한다. 환전상들은 특정인의 픽을 선택 구입할 수 있는 허점을 이용해 환전을 일삼고 있다.

환전상은 반대로 게임머니에서 3%의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바꿔주기도 했다. 자유자재로 게임머니와 현금의 환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불법 스포츠 도박이 게임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등급분류를 받은 스포츠 베팅 게임 홈페이지 모습.

게임사가 환전상과 연계돼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조사에 따르면 환전상이 게임사에 등록된 개인 연락처를 무단 수집하는가하면 일반 이용자는 접근 불가능한 미니게임을 이용해 환전을 은밀히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사가 환전상을 통해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픽 거래소와 미니게임이 들어간 게임은 등급 분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 전에 등급분류된 게임은 여전히 불법 환전이 이뤄지고 있다.

이상헌 의원은 “의원실에서 직접 실험한 결과 픽 거래소와 미니게임을 통해 환전이 매우 쉽게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더 큰 문제는 게임사와 환전상의 유착 정황까지 보인다는 것이다. 게임사가 사실상 환전을 유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법 환전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물 관련 등급 분류가 지금처럼 계속되어도 괜찮은지 근본적인 우려가 된다. 문체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