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근거리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편의점이 ‘재택시대’에 걸맞은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집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서비스들을 편의점 안으로 속속 들여오는 모습이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달 직장인 5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4.5%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해봤다”고 답했다. 지난달 21일 기준 전국 대학·전문대학 3곳 중 1곳(31.3%)은 전면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재택생활이 보편화되자 편의점은 ‘동네 오피스 플랫폼’을 자처하고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편의점들은 코로나19로 변화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CU는 오는 8일 국내 최초로 오피스 프로그램을 실물 상품으로 출시한다고 4일 밝혔다. 가정 및 학생용 ‘한컴오피스 2020’ 1년 사용권의 제품 번호(시리얼 넘버)가 들어있는 기프트카드를 판매한다. 시리얼 넘버를 등록하면 한글, 한워드, 한셀, 한PDF 등 다양한 문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CU는 지난 7월 원룸촌, 대학가, 주택가 등 500여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인복합기 서비스를 ‘차세대 무인복합기’로 업그레이드하고 무인복합기 운영 점포도 대폭 늘렸다. 무인복합기 서비스의 이용건수 신장률을 보면 지난 1분기 111.5%에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확대된 2·3분기에 266.1%로 뛰는 등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피스를 품은 편의점엔 이마트24도 있다. 이마트24는 지난달 사무용품 전문점인 오피스디포와 손잡고 여의도에 1호 협업 매장을 열었다. ‘이마트24 Self 오피스디포 여의도점’에선 문구, 디지털용품 등 오피스 용품과 프레시푸드(김밥·도시락·샌드위치 등), 유제품, 스낵 등의 식품을 함께 판매한다. 회사로 출근한 직장인과 오피스가에 거주하는 ‘재택족’ 모두 간단한 식품부터 오피스 용품까지 한번에 구매할 수 있다.
편의점은 늘어나는 재택족의 생활패턴에 맞춘 서비스를 하나둘 늘려가며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시락부터 반찬, 과자 등 재택족이 간편하게 끼니나 간식으로 챙겨먹을 수 있는 식품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배달서비스를 24시간으로 확대하는 등 재택족의 든든한 서포터로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택배와 금융서비스 등 우체국이나 은행 등을 찾아가야만 해결이 가능했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 덕에 편의점은 지난 8월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2.3%)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