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우리 공무원 사살에 대한 정부의 진상규명 요청에 북한이 일주일째 응답하지 않고 있다.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월북 시도 여부와 이씨를 사살한 이유, 이씨의 시신 소재 등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북한이 끝까지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사건이 자칫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가 지난달 27일 남북 공동조사를 공식 제안한 지 일주일째인 4일에도 북한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공동조사 협의를 위해 군 통신선을 재가동하자는 제안에도 북한은 별다른 대응이 없는 실정이다. 군의 설명과 해경의 중간수사 결과, 북한의 입장이 엇갈려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다.
해경은 지난달 29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씨의 월북 시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발견된 지점, 북한이 이씨의 신상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 도박으로 인한 이씨의 채무 등을 근거로 들었지만 이씨의 유족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씨의 형은 같은 날 외신 기자회견에서 “빚이 있다고 해서 월북한다면 그게 이유가 되느냐”고 말했다. 군 관계자도 “(이씨의 월북 시도를) 개인사와 연관 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북한이 이씨의 이름과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점 또한 북측의 설명과 다른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보낸 통지문에서 “신분 확인 요구에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이 이씨를 구조하려 했었다는 군의 설명도 이씨의 사살 배경에 의문을 남겼다. 군은 당시 북한군이 2시간 넘게 이씨를 구조하려 한 정황을 감청으로 확인해 무리한 구출을 감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갑작스럽게 사살 지침이 내려온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군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이씨를 구조하려 했던 북한군이 갑자기 사살로 결정을 바꾼 내막을 밝힐 필요가 있다. 월북 의사까지 표한 사람을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사살하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이씨의 시신 소재도 공동조사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군은 북한이 이씨의 시신을 불태웠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씨가 타고 있던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군과 해경은 해군 함정 26척과 관공선 7척 등 선박 34척과 항공기 7대를 투입한 수색작업을 이날까지 14일째 이어갔다. 수색 종료 시점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씨의 시신과 관련한 사실확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색을 무기한 진행해야 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