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무원 ‘762 사살’ 지시…불탔다면 수색 왜 계속하나”

입력 2020-10-04 16:38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우리 군 특수정보에 따르면 북한 상부에서 ‘762 하라’고 지시했다. (762는) 북한군 소총 7.62㎜를 지칭하는 것”이라며 “사살하라는 지시가 분명히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에 대해 7.62㎜ 구경 소총으로 사살하라는 지시가 북한군 상부로부터 하달됐다는 첩보를 당시 한국군 당국이 입수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북한군 정장의 결심으로 이씨를 사격했다’는 내용의 북측 통지문과 배치된다. 또 사살 지시를 받은 북측 현장 지휘관이 이 지시를 되물었다는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한 청와대와 국방부의 설명과도 차이가 있다. 당시 현장의 북한군과 상부 간 교신 내용에 사살에 쓰라는 화기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된 만큼 구체적인 사살 지시가 있었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와대는 궁지에서 탈출하기 위해 우리 군의 특수정보를 편의적으로 왜곡, 생산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사살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762로 하라’는 것은 사살하라는 지시”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시신이 소훼(불에 타 없어짐)된 게 확실하다면 수색을 계속하는 이유가 뭔지도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군 특수정보에 접근할 만한 통로가 없다. 이 정보를 생산하고 교환하는 국방부, 국정원 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정보 소스를 밝히지 않았다. 육군 중장 출신 한기호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762 관련 첩보는 우리 군의 감청 내용을 토대로 한 것으로 안다”면서 “762는 북한군의 7.62㎜ 구경 AK소총을 가리키는 것으로, 북한군 상부에서 AK소총으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지난달 22일 이씨 신병 처리를 놓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상부의 사살 지시를 받고 이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 당국은 당시 북한이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 그를 구조하려는 정황도 파악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상당한 시간 동안 구조 과정으로 보이는 정황을 인지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상황이 급반전되어 대응에 제한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상부 사살 지시 가능성을 이미 부인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지난달 25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고 자체 진상 조사 결과를 전했다.

북한군의 사살 지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남북 공동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북측은 남측의 공동조사 제안에 묵묵부답이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추진 카드까지 꺼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남북 공동조사를 추진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