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롤랑가로스 전통 작심 비판한 이유

입력 2020-10-04 15:51
노박 조코비치(오른쪽)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메이저 테니스대회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3회전(32강)에서 비에 젖어 진흙으로 바뀐 다니엘 엘라히 갈란의 코트를 다지는 작업을 거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3·세르비아)가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 프랑스오픈 16강에 안착했다. 앞서 두 번째 메이저 대회 US오픈에서 선심에게 공을 맞혀 실격패했던 조코비치는 작심한 듯 ‘육안 판정’에만 의존하는 프랑스오픈의 전통을 비판했다.

조코비치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3회전(32강)에서 다니엘 엘라히 갈란(153위·콜롬비아)을 3대 0(6-0 6-3 6-2)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1회전부터 3경기 연속으로 18게임을 빼앗는 동안 5게임만 내주며 순항하고 있다. 16강전에서 카렌 하차노프(16위·러시아)와 대결한다.

조코비치는 경기를 마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테니스에 전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미국 신시내티·뉴욕 대회처럼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선심이 코트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오픈은 공의 낙하지점을 컴퓨터로 판독하는 호크아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클레이코트를 사용하는 전통도 있다. 미국 대회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장내 인원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선심을 두지 않고 호크아이를 도입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의 경우 메인코트에만 선심을 배치했다. 조코비치는 이 대회 16강전 도중 화풀이하듯 아무렇게나 친 공을 선심의 목에 맞혀 실격패했다. 이에 대해 조코비치는 “전통 이외의 이유로 선심을 둘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말해 달라”며 “뉴욕의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조코비치가 프랑스오픈의 전통에서 경험한 불편은 육안 판정만이 아니다. 이날 파리에 쏟아진 강우는 클레이코트의 단점을 여실하게 드러냈다. 조코비치와 갈란의 3회전 2세트 4게임 도중 비가 내렸는데, 경기장 지붕이 늦게 닫히면서 코트는 진흙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갈란이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조코비치는 갈란의 코트에 흙을 뿌리고 다지는 작업을 웃으며 도왔다.

조코비치의 이날 발언은 테니스의 진보를 이뤄야 한다는 소신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올해 자신의 유일한 패배로 남은 US오픈 실격패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하고 말았다. 로이터통신은 “조코비치가 선심들의 분노를 또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