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로 지탄받아야 하나”…국민의힘 청년위 면직처분 반발

입력 2020-10-04 15:33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페이스북 캡쳐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중청위)가 동료 위원들 면직 처분·대변인 내정 취소 결정을 내린 지도부에 반발했다.

4일 국민의힘 중청위 페이스북 페이지에 “청년위는 상설위원회 규정 10절에 따라 독자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당내 유일한 청년조직이었다. 이 시대의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곳, 또한 청년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언제든지 달려가 목소리를 높이려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 왼쪽 상단에는 국화가 걸려 있고, 바탕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어 부고를 연상케 한다.

박결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논란 당사자들을 감쌌다. 그는 “일부 청년위원들의 자유로운 자기소개 글이 논란을 불러왔고 저희 당 지지자와 국민 여러분께 다소 거부감을 주었다. 중앙청년위원장으로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지도부 카드형 소개자료 게재 건은 위원장인 제가 기획하고 승인했다. 모든 사건의 책임은 저에게 있지 저희 위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카드뉴스 내용에 대해서도 “이 정도로 확대해석 되어 청년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지탄을 받아야 할 사안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중청위 페이스북 캡쳐

박 위원장은 “당 지도부는 청년위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반발했다. 그는 “사건의 발단부터 징계 이후까지 청년위원들은 언론 및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악의적인 인신공격을 받고 있다. 여성위원의 경우 성적인 모욕과 희롱에도 노출되어 있다”며 “당을 위해 헌신한 청년의 실수에 대한 징계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그다음 조치로 청년당원들에 대한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부분은 심각하게 유감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잘못에 의한 징계 이후 이렇게 쉽게 정당에서 청년들이 버려진다면, 앞으로 우리 당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며 헌신할 청년들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중청위는 이날 올린 글에서 박 위원장·이성관 수석부위원장 등 남은 중청위 지도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논란을 의식한 듯 ‘하고 싶은 말’은 평이했다. “꼭 그렇게 다 망쳐놔야만 속이 후련했냐!”(박결 위원장) “집값 잡으려다가 청년 미래 주거 잡으셨습니다...”(이성관 수석부위원장) “법무부 장관님의 ‘추안무치’ 정말 부끄럽습니다”(임동원 부위원장) 등은 평범한 정치적 수사에 그쳤다.

앞서 중청위 소속 주성은·김금비·이재빈씨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 자유보수 정신의 대한민국”(주성은), “2년 전부터 곧 경제 대공황이 올 거라고 믿고 곱버스 타다가 한강 갈 뻔함”(김금비), “인생 최대업적 육군땅개알보병 포상휴가 14개”(이재빈) 등의 소개 글을 올려 논란에 휩싸였다.

주씨는 강경 보수 개신교 진영과 거리를 두던 당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씨는 주식으로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씨도 육군 병사를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혁신과 변화의 행보에 멈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씨와 김씨를 면직 처분했다. 주씨에 대해서는 청년위 대변인 내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