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기소된 사실조차 모르는 피고인에게 판결이 선고됐다면 재판이 유효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2월 서울 강남구에서 일명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을 3차례에 걸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소환장을 공시송달하고 궐석재판 상태에서 그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 역시 같은 이유로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했고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A씨는 뒤늦게 재판이 열린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미 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난 뒤였다. 그는 재판이 열린 걸 알지 못한 것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 없다며 상고권 회복 청구를 했고, 대법원은 다시 재판을 열 수 있는 사유가 된다며 원심을 재진행하도록 최종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원심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됐다”며 “A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유죄판결을 선고한 1심과 원심에는 재심청구 사유가 인정되기 때문에 재심 청구 사유가 있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