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불청객 은행나무 ‘악취’, 열매 ‘채취’로 잡는다

입력 2020-10-04 14:27
하나은행 앞에서 관계자들이 은행나무 열매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금정구(구청장 정미영)는 가을철 도로 위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악취를 없애기 위해 진동 수확기를 도입하고 관내 주요 도로에서 은행나무 열매채취사업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은행나무는 자동차 매연에 잘 견디고 추위나 더위, 병충해에 강해 도로변 가로수로 많이 쓰인다. 또 나무가 단단해 차량이 인도를 덮칠 경우 가드(방호) 역할을 하며 도심 내 공기정화 능력이 탁월한 장점이 있다. 가을 도심을 노랗게 물들이는 단풍도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즐겨 사용하는 인기를 끄는 이유다.

하지만 은행나무(암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는 고약한 냄새로 불쾌감을 유발하고,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시민들이 밟고 지나가면서 도시 경관을 해치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9~10월까지 관련한 민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금정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은행 열매가 악취가 나기 시작하기 전에 가지를 흔들어 채취하는 진동 수확기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인력채취 대비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관내 암나무 중 45%가 산재한 중앙대로(8km 구간)의 은행나무 열매를 2∼3일이면 다 딸 수 있어 효율성도 높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앞서 금정구는 국유특허 DNA 성감별 분석기술(나무의 성별을 확인하는 기술)을 이용해 2017년 은행나무 수종갱신, 2018년 은행나무 암수 교체, 2019년 은행 열매 그물망 설치 시범사업 시행 등 매년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여 악취 없는 도로를 위해 노력해왔다.

또 금정구는 채취한 은행나무 열매를 재활용을 위해 ‘은행나무 열매 나눔’을 시행한다. 식용 목적을 제외한 천연살충제, 천연비료, 열매 연구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채취한 은행나무 열매를 구민에게 배부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나무 열매 나눔은 5일부터 20일까지 신청을 방아 최종선정된 대상자에게 오는 26일 배부할 예정이다.

정미영 금정구청장은 “열매가 여물어 떨어지기 전 미리 조치함으로써 가을마다 반복되는 은행 열매 악취 민원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