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화보찍냐” 복지부 추석 포스터에 나온 쓴소리

입력 2020-10-04 14:20 수정 2020-10-04 14:26
이하 보건복지부 공식 SNS

보건복지부의 추석 인사 포스터가 논란이다. 국민의 평안을 기원한다는 평범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면에 박능후 장관과 김강립·강도태 차관 등이 직접 모델로 등장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복지부는 해당 포스터 3장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공식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에 게시했다. 여기에는 보름달이 뜬 밤하늘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박능후 장관, 김강립 1차관, 강도태 2차관의 사진이 전면에 배치됐다. 그리고 각각 조금씩 다른 문구가 작은 글씨로 새겨져 있다.

먼저 박 장관을 모델로 한 포스터에는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안심하고 추석을 보내실 수 있도록 쉼 없이 방역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고 쓰였다. 1·2차관 포스터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 모두의 지친 몸과 마음에 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번 추석 명절에는 집 안에서 머물며 충분한 쉼의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코로나19로 만날 수 없는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에게 영상 통화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추석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내용만 봐서는 전혀 이상할 게 없었지만 문제가 된 건 포스터의 모양새였다. 국민을 향한 인사말보다 큼지막하게 자리한 장·차관 사진을 두고 SNS상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장·차관 모델 화보인 줄 알았다” “이 시국에 사진 찍을 시간이 있냐” “포스터 제작에 들어간 세금이 아깝다” “얼굴 알리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부끄럽지 않나”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특히 복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주무 부처이기 때문에 방역수칙에 대한 보다 유익한 정보를 포스터에 담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추석 연휴에도 코로나19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과 일선에서 방역을 지휘하는 질병관리청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3일 페이스북에 복지부 포스터들을 공유하며 “이게 다 지구온난화 탓. 날씨가 더워지니 이젠 추석에 납량특집을 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월하의 공동묘지, 이런 것들을 전문용어로 ‘언캐니(uncanny)’라 부른다. 이상하고 괴상하고 섬뜩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며 “초현실주의자들이 이 효과를 즐겨 사용했다. 그래도 탁현민 신파보단 이쪽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2일 페이스북 글에서 “기괴한 포스터다, 세금 안 썼기만 바란다”고 비판했다.

복지부 측은 “장·차관을 홍보할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포스터는 디지털 소통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제작한 것으로 별도의 비용도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매년 명절이 되면 장·차관의 인사 메시지를 담은 카드 또는 영상 게시물을 만들었고 올해도 같은 취지로 제작한 것”이라며 “복지부 직원이 직접 사진을 찍고 디자인을 해 별도 비용이 들지 않았고 오프라인 게시를 위해 인쇄를 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