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이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 여행길에 오른 것을 두고 여론이 분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정부의 여행 자제 권고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공직자도 아닌 남편이 절차에 따라 미국에 간 것이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강 장관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2억원 상당으로 알려진 요트를 사기 위해 지난 3일 미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에서 KBS 취재진과 마주친 이 명예교수는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지만,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는가. 모든 걸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전 세계 국가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장관의 남편이 외교부의 여행자제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강 장관 남편의 출국 소식을 전한 기사의 댓글에는 “안팎으로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분들과 방역을 최대한 지키고 있는 국민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라” “국민에게는 ‘집콕’하라면서 이게 뭐냐” “남들은 명절에 고향도 못 가, 종교시설도 못 가, 카페도 금지, 경조사도 집합금지. 그래놓고 자기들은 요트 사러 외국 나다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반면 강 장관 남편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미국에 간 것은 문제가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특혜를 받은 것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닌데 남편이 절차에 따라 미국 간 것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정이 있으면 조심해서 외국에 갈 수도 있다” “권고는 권고일 뿐이지 무조건 따르라는 법은 없지 않으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 기회에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방역 수칙을 재점검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가 ‘하루 이틀 내로 코로나19가 없어질 게 아니다’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코로나에 대해 보다 지속가능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는 점에 저 역시 찬성한다”며 “정부가 만든 수칙은 모든 국민이 지키도록 일관성을 보이고, 굳이 엄격히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다면 힘 있는 분들의 이탈만 용인할 것이 아니라 수칙을 수정해 국민 전체에게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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