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한 장례식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사흘이나 머물렀지만 추가 감염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오가는 장소 특성상 집단감염 우려가 있었으나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킨 상주와 가족들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4일 순천시에 따르면 부산에서 온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순천 한 장례식장에 사흘간 머물렀다. 이 같은 사실은 같은 달 21일에야 알려졌고 시는 즉시 해당 장례식장을 소독하고 접촉자 205명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아 추가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밀폐된 공간인 데다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어서 우려가 컸으나 이례적으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상주인 A씨(52)와 가족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전남 고흥소방서에서 구급·구조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장례 기간 동안 아침마다 가족과 상조회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했다. 장례식장을 매일 소독하는 것은 물론 조문객들이 자리하는 테이블도 한 칸씩 띄어 배치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했다.
또 가족이나 지인 중 경미한 증상이라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 하루 2~3번 이상 발열 체크를 했다. 에어컨 작동 시에도 창문을 수시로 열어 환기했다. 야간에는 5명 정도만 남아 장례식장을 지켰고 나머지 가족은 모두 귀가하도록 했다. 가족들 역시 쪽잠을 자더라도 각자 방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업무 특성상 매일 방역수칙을 교육하는 입장이어서 다른 분들에 비해 경각심이 조금 높았을 뿐 특별하게 한 것은 없다. 마스크를 모두 착용한 것이 방역에 큰 효과를 본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이어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게 무너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가족 중 기저 질환자도 있어 상주로서 장례식장을 찾아주신 모든 분께 민폐를 끼치게 돼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과정을 지켜본 한 친척은 “(A씨가) 모친상을 당하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일일이 마스크 착용과 발열을 확인했고 거리두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며 “장례식장 측에서도 방역에 신경을 썼지만 상주와 가족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코로나 확신을 막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