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의 소규모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개천절 집회를 허용한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를 보면 ‘소규모 드라이브스루 집회 허가해준 이성용 부장판사 탄핵청원’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집회에 참석하는 보수단체들이 법원의 제약 조건을 무시할 가능성이 크므로 집회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이 글에서 “국민이 코로나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소규모 차량 집회를 왜 허용해주느냐”며 “인원 9명, 차량 9대 이내로 조건을 제한했는데 8·15 광복절 집회 때도 100명 집회 허가해줬다가 몇만명이 오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차 안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나오는 걸 금지했는데, 보수단체가 지킬 것 같냐. 국민은 코로나가 언제 끝나나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이 부장판사의 탄핵을 요구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에 못 가고, 추석 때 시골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고, 자영업자는 문을 닫아야 했다”며 “진지하게 고려하고 판단하신 것이냐. 소규모가 됐든 대규모가 됐든 집회를 허용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성용 부장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했다. 이 글은 4일 오전 9시30분 현재 6만5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법원이 ‘드라이브스루’ 집회 허용한 이유는?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는 지난달 30일 시민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측 오모씨가 서울 강동경찰서의 개천절 옥외집회 금지 처분을 대상으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드라이브스루’ 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나 교통을 방해할 위험이 낮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개천절에 신고한) 집회는 2시간 동안 9명 이내 인원이 차량에 탑승한 채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신고한 인원, 시간, 시위 방식, 경로 등에 비춰 감염병 확산 또는 교통 소통의 방해를 야기할 위험이 객관적으로 분명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강동경찰서의 개천절 집회 금지 통고에 대해서도 “피신청인은 이 사건 집회가 대규모 불법 집회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피신청인이 제출한 소명자료들만으로 그와 같이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집회가 신고내용과 달리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자체를 금지하는 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원천봉쇄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집회 참가자의 이름·연락처·차량번호 적은 목록을 작성해 미리 경찰에 제출하고 집회 시작 전에 확인받을 것 ▲집회 물품을 비대면 방식으로 나눠줄 것 ▲차량 내 운전자 1인만 탑승 ▲집회 중 창문을 열거나 구호 제창하지 말 것 ▲집회 중 교통법규 준수 및 신고된 경로로 진행할 것 ▲오후 5시가 지나거나 최종 시위장소 도착 시 해산 ▲참가자 준수사항 각서 제출 등을 요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달 23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드라이브스루’ 집회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방역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정치적 표현이라면 허용해야 한다. 감염을 최소화하거나 위험성이 없는 방법이라면 집회 표현의 자유를 막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보수단체는 어떻게 시위를 진행했나?
보수단체 ‘애국순찰팀’ 관계자들이 모는 차량 9대는 지난 3일 오전 경기도청을 출발해 정오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수감 중인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방역 조치 등을 비판했다.
‘8·15참가자시민비대위(8·15비대위)’는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1번 출구 앞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북한의 남쪽 연락책, 문재인은 즉각 하야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만 광화문광장 일부 기자회견에서는 참가자가 경찰 통제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는 등 마찰을 빚었다.
경찰은 기습·불법 집회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서울 시내 진입로 90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차량을 점검하는 등 삼엄한 경비를 이어갔다. 집회·기자회견이 예정된 광화문광장 주변에서도 참가자 입장을 원천 차단했다. 기자회견과 차량시위에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