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태’ 촉발 찬퉁카이, 이번엔 대만 송환되나

입력 2020-10-04 09:51
홍콩 시위 사태를 촉발한 살인사건 용의자 찬퉁카이가 지난해 10월 23일 다른 혐의로 복역한 뒤 출소하면서 피해자와 홍콩인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그는 대만으로 가 자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신병 인계 방식을 놓고 홍콩과 대만 간 이견이 불거져 1년이 지나도록 송환되지 않고 있다. AP뉴시스

2018년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홍콩으로 달아난 홍콩인 남성 찬퉁카이의 대만 송환 문제가 5일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해 홍콩 송환법 사태의 기폭제가 됐던 그가 마침내 대만 법정에 서게 될지 주목된다.

찬퉁카이를 돕고 있는 피터 쿤 목사는 “대만의 변호사들이 대만 내 법학 전문가들과 접촉해 찬퉁카이 송환 관련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찬퉁카이는 2018년 2월 홍콩인 여자친구와 대만을 여행하던 중 타이페이 시내 호텔에서 임신 중이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홍콩으로 도주한 찬퉁카이는 대만에서 살인죄로 기소해야 처벌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홍콩과 대만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 체계가 없다. 사건 초기 홍콩은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송환하려 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실행할 수 없게 되자 송환법을 개정하려 했다. 그러면서 송환 대상에 중국도 넣었다.

그러자 홍콩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중국이 홍콩의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범죄인 인도법안은 완전히 폐기된 상태다.

SCMP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찬퉁카이의 송환 문제를 다루기 위해 홍콩 경찰과 소통 창구를 개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이 창구가 대만의 일방적인 움직임이라고 반박했다.

홍콩 보안국 대변인은 지난 3일 “홍콩 경찰은 대만과 연락 창구를 구축하지 않았다”며 “범죄인 인도 조약이 없어 송환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콩에서 절도와 돈세탁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해 10월 출소한 찬퉁카이는 당시 대만으로 가 처벌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신병 인계 방식을 놓고 홍콩과 대만 정부가 실랑이를 벌이면서 1년이 지나도록 송환 절차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찬퉁카이는 지난 2일에도 “여자친구에게 한 일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한다”며 “대만 복귀에 대한 생각을 바꾼 적이 없다. 변호사들에게 대만 송환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