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에 나섰다가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동생이 범인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피해자(57)는 지난 7월 11일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 등산로 입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약초를 채취하고자 등산에 나섰다가 몸이 좋지 않아 30여분 만에 산에서 내려와 차량에서 쉬던 중 수십 곳을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범행을 저지른 이는 피해자의 아들보다도 어린 이모(23)씨였다.
피해자의 동생 한모(48)씨는 “피고인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였다. 지금이라도 당장 쫓아가 묻고 싶다. 왜 그랬냐고, 왜 하필 우리 언니냐고, 어떻게 그리 잔인할 수 있냐고”라고 3일 연합뉴스에 호소했다.
그야말로 ‘묻지마 살인’이었다. 금전적인 이유도 아니었고, 피고인이 여성 혐오자나 게임 중독자도 아니었으며, 이렇다 할 정신병조차 없었다. 단지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던 이씨에게 언니 한씨가 눈에 띄었을 뿐이었다.
한씨는 “언니는 분명 아프고 고통스러웠을 거다. 살려달라는 소리를 질렀을 테고 그만하라 애원했을 거다. 그런데도 이씨는 온몸을 마구 찔렀다. 그땐 분명 사람이 아니었을 거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잔인하게 목숨을 뺏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언니를 정말 많이 사랑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씨에 따르면 언니는 비록 가정 문제로 홀로 살았으나 돈이 되는 일이면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하는 일 없이 노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노동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했고, 두세 가지 직업을 가질 정도로 부지런함이 배어 있는 심신이 건강한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남는 시간에는 등산, 여행, 배드민턴 등 취미활동을 즐겼다.
언니가 다시는 곁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자 동생 등 유족은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잔인하게 살해한 이유라도 듣고 싶었지만, 사건 내용에 대해 속 시원히 말해주는 곳은 없었다.
한씨는 “수사 과정을 뉴스 등 간접적으로 접해야 했고, 수사 관계자들이 유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고 수사방해자 취급을 하는 것 같아 뭘 묻기가 조심스러웠다”며 “이씨에게도 인권이 있다는데 정작 이 사건으로 가장 슬퍼할 유족에게는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 힘들고 화도 났다”고 말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씨는 지난 9월 18일 법정에 섰다. 이씨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치료감호를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치료감호란 범죄자의 심신 장애가 인정될 경우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해 치료를 위한 조치를 하는 보안 처분을 뜻한다. 검사는 이씨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정상’으로 나와 심신미약 감경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치료감호 청구에 난색을 보였다.
다음 재판은 이달 6일 열린다. 첫 공판에서 증거조사 절차를 마쳤고, 다툴 쟁점이 없는 만큼 결심공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생 한씨는 “우리 마음에선 이미 사형을 내렸다. 징역 20년과 30년도 부족하다. 최대한 사형에 가까운 형벌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두 번 다시는 죄짓는 일을 생각조차 못 하도록 뼈저리게 반성하도록 엄벌을 내려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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