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옹호 美언론인 사망에 ‘음모론’ 분출

입력 2020-10-03 09:52
미국의 독립언론인이자 작가인 안드레 블첵의 시신이 담긴 관이 영구차에 실려 터키 이스탄불의 법의학연구소 건물로 이동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캡처

공산주의자를 자처하며 중국 정부를 옹호해온 미국 언론인 안드레 블첵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중국 내에서 그가 암살당했다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블첵은 중국의 홍콩 정책과 신장위구르자치구 대응을 지지해왔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블첵은 지난달 22일 아내와 함께 터키를 여행하던 중 사망했다. 터키 북부의 삼순에서 수도 이스탄불로 이동하던 차량에서 블첵이 갑자기 쓰러졌고 일어나지 못했다고 터키 언론들이 전했다. 블첵의 아내는 좌파 성향의 잡지 카운터펀치 인터뷰에서 그가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블첵의 사망 소식이 퍼지면서 분노와 안타까움이 표출되고 있다. 한 중국 네티즌은 그가 한때 “중국이 세계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했던 말을 전하며 “서방의 속옷을 벗은 기자”라고 평가했다. “중국인의 친구인 공산주의 투사의 기억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애도 글도 잇따랐다.

이에 더해 블첵이 암살당했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도 불거졌다. SCMP는 “일부 논평가들이 증거도 없이 블첵이 홍콩의 반정부 시위와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한 이유로 암살당했다고 추측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적 석학이자 비판적 지식인인 노암 촘스키와 함께 2015년 서방 제국주의의 착취를 고발한 대담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블첵은 지난 7월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기고한 글에서 홍콩의 반정부 시위대가 중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홍콩 경찰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모금 활동을 해온 스파크 얼라이언스로부터 돈을 받은 젊은이들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이 단체와 가까운 인사들은 시위 지원설을 부인한 바 있다.

블첵은 또 위구르족에 대한 재교육 캠프가 사회훈련센터라는 중국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그는 소수 민족이 그곳에서 중국어와 기술을 배우고 테러리스트와 종교 극단주의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인권 전문가들은 100만명 이상의 위구르족이 반인륜 범죄와 문화 학살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