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서민들이 주로 수요로 하는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최근 2년간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저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 속도는 고가 아파트의 2배에 육박했다. 집값을 안정시켜 실수요 계층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효과를 보지 못해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저가아파트값 35% 뛰어… 고가아파트는 15%
2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1분위(하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4억4892만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3.9%, 2년 전과 비교하면 35.2% 오른 것이다.저가 아파트 가격은 최초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는 2억5000만원 이하 박스권에 머물렀지만 그 뒤로 급격히 상승했다. 2015년 12월 2억5000만원을 넘어선 이후 2년 만인 2017년 12월에는 3억원을 돌파했고 2018년 12월에는 3억5000만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달 중 저가 아파트 가격이 4억5000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 250을 버는 청년이 15년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저가 아파트 한 채를 구매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지난달 서울의 2분위(하위 40%) 아파트값도 사상 처음으로 7억원을 돌파한 7억1301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5.7%, 2년 전과 비교하면 40.5% 오른 것이다.
집값 무섭게 뛰는데 월급은 3% 올라
반면 지난달 기준 5분위(상위 20%) 아파트값은 19억1267만원으로 1년 전보다 13.6%, 2년 전보다 15% 오르는 데 그쳤다.저가 아파트값의 가격 상승 속도가 고가 아파트의 2배를 넘어서며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도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전체 노동자 임금상승률은 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보고서를 기준으로 3.3%에 불과했지만 저가 아파트 집값은 35% 이상 뛰었다는 점에서 주거 불안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에서는 외곽 지역의 중소형·중저가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고, 지방 주요 도시에서는 새 아파트값이 뛰면서 상향 평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저가 아파트가 점점 사라지면서 서민층의 주택 접근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