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집중 호우 등 영향으로 올해 추석 물가 상승폭이 ‘역대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달 초 16대 성수품의 공급량을 평균 1.3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가격 동향 등을 1달 동안 밀착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29일 기준 배추 한 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은 1만1883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918원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지난달(9634원)과 비교해도 2000원 이상 올랐다. 무도 한 개에 3870원으로 1년 전(2054원)보다 1000원 넘게 올랐다.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배 등 과일 가격도 크게 올랐다. 사과 10개 가격은 지난 29일 기준 3만4406원으로 1년 전 1만9489원의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배도 마찬가지로 10개에 3만8485원으로 1년 전 3만4497원보다 3000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가격 불안과 더불어 소고기, 돼지고기 가격도 강세를 보였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가격 동향을 살펴본 결과 지난 24일 기준 한우 등심 1㎏ 1등급 가격은 10만4347원으로, 지난해 추석 일주일 전 9월 6일 가격(8만3694원)보다 2만653원(24.6%) 올랐다. 돼지고기 가격도 마찬가지로 1㎏에 2만3911원으로 지난해 추석 때(2만62원)보다 19.2% 상승했다.
소고기와 사과·배추·무 등 농산물의 가격 급등하면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도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aT에 따르면 올해 전통시장 기준 차례상 차림 비용은 24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8.2% 올랐다. 대형 유통업체는 1년 전보다 9.1% 상승한 34만2000원이었다.
추석 차례상 비용 오름폭은 2016년부터 2019년 사이보다 지난해 대비 올해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aT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5년간 추석 차례상 비용 추이’에 따르면 전통시장 기준 2016년 차례상 비용은 22만3231원으로 5년 새 9.4% 올랐다. 대형마트도 2016년 32만7931원으로 같은 기간 4.4% 상승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추석을 앞두고 주요 성수품 가격이 갑자기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급 확대 등 대책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정부가 선정한 16대 성수품에는 배추·무·사과·배 등 농산물 4개와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계란 등 축산물 4개, 제수에 빠지지 않는 밤과 대추 등 임산물 2개 그리고 명태·오징어·갈치·참조기·고등어·마른멸치 등 수산물 6개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이달 초부터 품목별 공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밀착 점검하고 일일 물가조사도 실시했지만, 여름철 집중 호우와 태풍 등의 피해로 추석 물가가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