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 “지독한 모욕 난무” “혼돈” 비판
트럼프 “바이든은 좌파에 굴복”…바이든 아들 의혹도 거론
바이든 “트럼프는 거짓말쟁이…최악의 대통령”
트럼프, 대선 승복 의사 밝히지 않아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발언할 때 끊임없이 끼어들며 말을 잘랐다. 의도적인 신경전이었다. 사회를 맡은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러스가 “대통령님, 그(바이든)가 말을 마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나요?”라고 간청할 정도였다.
분노를 참지 못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입을 다물 수 없나(Will you shut up)?”는 말까지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간의 첫 TV토론이 29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케이스 웨스턴 대학에서 열렸다.
예상했던 대로 최악의 난타전이 벌어졌다. AP통신은 “첫 TV토론은 지독한 모욕(bitter taunts)으로 혼돈에 가깝게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폭스뉴스도 “모욕이 난무해 사회자가 질서를 유지하는데 애썼다”고 지적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악랄하고 추한(vicious, ugly) 토론”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에 대한 승복 의사를 밝히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AP통신은 “최근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후보가 미국 전국이나 격전지에서 앞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TV토론이 이런 추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전망했다.
처음 맞선 두 후보는 개인 신상·연방대법관 후보 지명·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경제·인종과 폭력·선거의 완전성 등 6개 주제를 놓고 90분 동안 난타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좌파에게 굴복했다”고 바이든 후보를 공격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들은 법과 질서를 원하고 요구한다”면서 “그러나 당신은 심지어 그것을 말하는 것도 겁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를 ‘사회주의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했다. 바이든 후보는 “현재까지 그(트럼프)가 말한 모든 것은 거짓말”이라며 “모든 사람들은 그(트럼프)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안다”고 반격했다. 바이든 후보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향해 “당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몰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나는 필요할 때 마스크를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바이든)는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큰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다”고 비꼬았다.
외교정책과 관련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아지”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차남 헌터가 바이든이 미국 부통령이었을 당시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의 이사였으며 모스크바 전 시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주장했다. AP통신은 바이든 후보가 TV토론 중에 트럼프 대통령을 잘 쳐다보지 않았으나 아들에 관한 의혹을 제기할 때는 노려봤다고 지적했다.
특히 바이든 후보는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즉답을 피한 것도 논란이 됐다.
바이든 후보는 “그것(대통령 승리자)이 나든, 내가 아니든 결과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선 이후) 몇 달 동안 (결과를)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면서 “이것은 잘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지지자들에게 투표장에 가서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불복 의사를 거듭 시사한 것으로 해석돼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확대 실시될 우편투표로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결과를 수용하는 것은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탓에 악수를 생략하고 곧바로 TV토론에 들어갔다.
두 후보는 10월 15일과 22일 두 차례 더 TV토론을 한다. 부통령 후보들은 10월 7일 한 차례 TV토론을 갖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