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말해야 할지….”
9월의 어느 날 아침, 고령의 피자 배달부는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가 손에 쥔 것은 두툼한 흰색 봉투. 집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이 건넨 것입니다. 배달부는 “어떻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유타주 웨버카운티의 피자 가게에서 배달부로 일하는 데를린 뉴이(89)는 이날 아침 노크 소리에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단골 손님인 카를로스 밸디즈와 그의 아내가 서 있었던 겁니다. 뉴이는 이들이 집까지 온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해 했죠.
뉴이의 안내에 따라 집 안으로 들어온 밸디즈 부부는 돌연 ‘틱톡’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틱톡은 짧은 동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아흔에 가까운 나이인 뉴이에게는 낯선 것이었죠. 밸디즈는 틱톡에 어떻게 영상을 올리는지, 이용자가 얼마나 많은지 등을 설명했습니다. “휴대전화를 통해 서로 소통한다는 거지요?” 뉴이는 나름의 방식대로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밸디즈가 이후에 꺼낸 이야기는 뉴이를 더욱 놀라게 했습니다. 밸디즈가 뉴이의 영상을 틱톡에 올렸고, 5만3000명 이상의 팔로어들이 뉴이의 사연을 궁금해 했다는 겁니다. 밸디즈는 이들이 십시일반 모은 것이라며 흰색 봉투를 꺼냈습니다. 그 속에는 한화로 따지자면 1400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돈을 받아든 뉴이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고맙다는 말 말고는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아요.” 뉴이는 이런 말을 반복하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밸디즈를 꽉 껴안으며 진심을 표현하기도 했죠.
밸디즈는 고령의 나이에도 친절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는 뉴이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피자를 주문할 때면 늘 뉴이가 일하는 가게에 전화를 걸었죠. “꼭 뉴이가 배달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뉴이가 배달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찍어 틱톡에 올렸고요.
뉴이의 영상은 틱톡에서 꽤 유명해졌고, 사람들은 뉴이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일을 계속하는 이유을 물어봤습니다. 뉴이는 사회보장연금 만으로는 생활비와 집세를 감당할 수 없어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생계를 위해 주 30시간씩 배달 일을 하고 있었죠. 이같은 사연을 접한 틱톡 이용자들은 크게 슬퍼했고, 밸디즈가 시작한 모금 운동에 선뜻 동참했습니다.
밸디즈는 “그 연세에 이런 고된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늘 뉴이에게 주문을 했고, 모금 운동도 하게 된 것이라고요. 이날 밸디즈가 뉴이에게 선물한 것은 고액의 팁만은 아닙니다. 수많은 이웃이 곁에 있다는 것, 다행히 우리는 아직 돕고 도움 받으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따뜻한 진실이 더 큰 선물 아니었을까요?
[아직 살 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