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도… 이영학도… 끔찍한 동물학대범이었다 [개st상식]

입력 2020-10-04 08:41 수정 2020-10-04 13:40
연쇄살인범 강호순(왼쪽)과 여중생 살해범 이영학(오른쪽). 프로파일링 과정에서 그들의 끔찍한 동물살해 전력이 드러났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연합뉴스

“개를 많이 죽이다보니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됐고, 살인 욕구를 자제할 수 없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딸 앞에서 키우던 개 6마리를 둔기로 때려죽였다.” (여중생 살인범, 어금니 아빠 이영학)

그들은 흉악범 이전에 동물학대범이었습니다. 약한 동물을 짓밟던 폭력성이 극대화되며 인간에게 향했다는 것이 국내 프로파일러들의 분석이지만 반짝 관심을 받을 뿐 제도적 변화는 없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동물학대범죄를 전국 단위로 연구하고 제도적 대안까지 마련했는데요.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Justice Clearinghouse

강력범죄의 출발점, 동물 학대

동물학대를 분석한 교과서 같은 연구 사례가 있습니다. 보스턴 노스이스트대학 및 동물구조단체 MSPCA의 1997년 공동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MSPCA가 1975년부터 1996년까지 21년간 고발한 동물학대범 268명을 전수조사했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동물학대범 중 45%는 살인, 36%는 가정폭력, 30%는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다.
- 동물학대범이 사람을 폭행할 확률은 일반인보다 5배 더 높다.

동물학대범이 잠재적인 강력범죄자라는 사실이 입증된 겁니다. 이 연구로 미국 치안 당국은 발칵 뒤집힙니다. 시카고 경찰청은 기소된 동물학대범들을 조사한 뒤 “동물학대범 중 65%는 이후 폭행죄로 다시 체포됐다”고 발표합니다. 미국 FBI는 동물학대 전과를 폭력범죄를 예측하기 위한 조기 지표로 판단해 관련 기록을 따로 수집·관리합니다.

미국의 연쇄살인범 및 흉악범들. 모두 동물학대 전과가 있다. 출처: BigCatRescue

가정폭력을 암시하는 결정적인 징후
동물학대범은 사회적 약자, 그중에도 가정 내 여성과 어린이를 폭행하는 경향이 큽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 4700여명을 조사한 2005년 미국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의 83%는 반려동물을 폭행 혹은 살해한 전과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반려동물 학대 경험을 “가정폭력을 암시하는 결정적 징후(golden standard)”로 꼽습니다.

출처: City of San Angelo

이 연구 성과로 동물학대범을 사전에 적발하는 제도가 속속 마련됩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동물학대가 의심되면 수의사·사회복지사가 즉각 관리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교차보고(Cross Reporting) 제도를 운영합니다. 미국 28개주에서 동물학대범은 반드시 가정폭력 예방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테네시주는 동물학대범을 성폭행범과 동급으로 취급해 이름, 얼굴, 생년월일 등 신상정보도 공개합니다.

동물학대 솜방망이 처벌, 이대로 좋을까
우리나라는 동물학대에 대한 문제의식이 아직 부족합니다. 통계치를 살펴보면 동물학대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 풍조가 드러납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학대범은 2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형량만 보면 대인 폭행(2년 이하 징역, 벌금 500만원 이하)만큼 무겁지만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2015~2017년 3년간 경찰에 신고된 동물학대 사건은 575건이며 그중 처벌받은 사건은 70건에 불과합니다. 68건은 벌금형에 그쳤고 2건의 징역형조차 집행유예를 받았으니 실제로 형을 산 사람은 없었죠.

동물학대의 심각성을 홍보하는 포스터물. 출처: University of Edinburgh

동물학대는 곧 인간에 대한 폭력입니다. 동물에 대한 폭력은 사회적 약자에게 언제든 옮겨가기 때문입니다. 동물학대, 이제라도 범죄 예방의 관점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