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접수 경쟁 ‘토켓팅’ 됐다… 코로나로 격해지는 스펙 전쟁

입력 2020-10-03 05:00
취업준비생 시험 그래픽. 국민일보DB

“시험 접수하는 게 거의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직장인 박모(30·여)씨는 최근 ‘컴퓨터활용능력’ 1급 실기시험에 접수하기 위해 매일 틈틈이 접수 홈페이지에 들어가 빈 자리가 나기를 노리고 있다. 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대면 모임들이 취소되면서 여유시간이 늘어난 김에 자기계발을 위해 자격증을 따려고 했는데,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시험 횟수가 축소된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필기시험에 합격해 얻은 ‘컴활’ 실기 응시자격이 내년 1월에 만료되는데 그 전에 시험장 구경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격증, 어학 등 대면시험이 취소되거나 고사장 내 거리두기로 인해 응시규모가 축소된 탓에 취업준비생, 고시생들이 응시 기회를 얻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공부를 해도 응시 자체가 어려워지자 무력감을 호소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정모(30)씨는 근처에서 열리는 토익 시험 자리를 하나도 구하지 못해 다음달 10일 경남 김해까지 이동해 토익 시험을 치르게 됐다. 정씨는 “당일 새벽에 출발해야 할 판”이라며 “시험 자리를 겨우 구했지만, 고사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시험이 취소되는 일도 있다고 해서 그나마도 혹시 취소될까봐 걱정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자격 시험 접수가 어려워지자 취업준비생의 커뮤니티에서는 토익 시험 접수를 예매 경쟁이 치열한 연휴 기차표나 공연 매표에 빗대 ‘토켓팅’(토익과 ‘티케팅’을 합쳐 부르는 말)이라는 말로 부르기도 한다. 토익 수험 관련 카페 등에는 “새벽 4시에 겨우 ‘토켓팅’ 성공했다” “토익 고사장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며 시험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불과 3일 전에 이를 알게 되니 기운 빠진다” 등의 글이 자주 보인다.

지난 28일 직장인 박모(30)씨가 접속한 '컴퓨터활용능력' 1급 실기시험 접수 홈페이지 화면 캡처. 박씨 제공.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들도 몰려드는 민원에 난감한 입장이다.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컴퓨터활용능력 상설시험이 중단되자 일부 수험생들이 시험을 주관하는 대한상공회의소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5단계로 강화됐을 당시 시험을 진행하지 말라는 정부의 방침이 있어 부득이하게 상설시험을 중단했다”며 “시험 축소로 인한 수험생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야간, 새벽시간대에 시험을 추가하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공무원시험 준비생 등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구직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스펙’을 쌓기 위한 시험 응시기회조차 얻기 어려워져 더 막막하다는 입장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7월 9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상장사 530곳의 하반기 채용동향을 조사한 결과 40.1%가 채용규모를 전년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4.1%는 1명에서 최대 9명 이내의 ‘한 자릿수’ 단위 인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정씨는 “서류 접수 전에 토익 점수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촉박한데 시험 접수조차 ‘하늘의 별 따기’가 되니 막막하다”고 전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